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14년째 동결된 운임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레일의 누적 부채가 21조원에 달하는 데다 2004년 최초로 도입된 KTX 차량 교체 사업 등을 고려하면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문희 사장은 25일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국토교통부 기자단 간담회를 열어 "최근 4년간 50% 이상 상승한 전기요금 부담과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의 영향으로 재무건전성에 한계가 온 만큼 운임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운임이 14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코레일은 해마다 수천억원씩 영업적자를 떠안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인 2020년에는 영업적자만 1조원을 넘어섰고, 2023년에도 44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고속철도 이용객이 8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여객 매출이 역대 최대인 2조5483억원을 기록한 것에 힘입어 영업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가 1114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코레일의 부채 규모는 2020년 18조원에서 지난해에는 21조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65% 수준이다.
한 사장은 "2024년에는 영업적자가 전년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지만, 누적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만 한 해 4130억원에 달하고 전기요금도 6000억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다"며 "그동안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열차운용 효율 극대화, 인력 효율화, 역세권 개발 등 최선을 다해왔으나 철도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KTX 절반에 달하는 노후 차량 교체 사업도 코레일의 현안이자 풀어야 할 숙제다. 코레일에 따르면 2004년 도입된 KTX-1 46대(1편성 20량·920량)는 오는 2033년이면 내구연한(30년)이 도래해 수명을 다한다. 현재 운영 중인 전체 고속열차의 54%에 이르며, 1일 운행의 60% 수준이다.
노후화된 KTX 차량을 적기에 교체하기 위해서는 입찰, 차량 제작, 시운전 등의 과정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교체 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에는 발주에 나서야 한다. 노후화된 KTX 교체 비용은 코레일이 전부 부담하는 구조인데, KTX-1 46대를 전부 최신모델인 KTX-청룡으로 교체할 경우 금융비용을 포함해 최대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 사장은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차량은 안전진단을 받는 등 순차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라면서도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 투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채를 발행해 코레일이 교체 비용을 모두 부담할 시 부채비율이 40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재정 부담이 커 정부 지원 등을 요청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코레일은 전기요금,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고려할 때 17% 정도의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고 내부적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정부와 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시기나 인상 폭 등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운임 인상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한 후 운임상한을 지정고시하면 코레일이 상한 범위 내에서 운임을 국토부에 신고해야 한다.
한 사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KTX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철도 안전과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공공성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또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해외사업 확대 등 자구노력을 통한 실적개선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용산구 한강로3가 40-1 일대 구 정비창 용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그는 "용산업무지구 사업의 경우 지난해 말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선다"며 "올해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 짓고 연내 기발시설 착공 및 토지 분양을 개시하는 등 차질 없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에 KTX를 첫 수출하고, 2조2000억 규모 모로코 사업 수주에도 코레일이 역할을 하면서 2년 연속 해외사업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며 "올해도 필리핀 마닐라 7호선 운영관리, 베트남 철도 운영·유지보수 인력 양성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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