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달 2일로 예고된 관세 부과 내용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는 가운데 미 측에 관세 예외 적용을 촉구해 온 일본에선 초조함이 흐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5일 “2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로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자동차와 철강, 부품,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투자”라며 소식을 전했다. 닛케이는 “현대차는 미국에서 1만4000명의 직접 고용을 창출할 예정”이라고도 소개했다.
닛케이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영향을 피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해석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제조 업체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도 큰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한 현대차에 대해 “이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자동차 업체인 혼다의 대미 투자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는 자동차 관세를 곧 발표할 것”이라면서 “여기(미국)서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혼다는 올해 하반기 미국 내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는 가운데 오하이오주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를 들여 생산 라인을 추가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지난달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와 언론은 25일, 일본에게도 예외 없이 자동차 관세 부과 조치를 곧 발표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예정보다 빠른 시일 내에 자동차 관세가 도입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알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조사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미국 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고 제외를 요청했다면서 “지속해서 필요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예고하자 일본 자동차 업계가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 다방면에서 로비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에서 연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던 자동차 관세 도입 방침을 유지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며 “자동차 관세 강화는 미국 시장에 많은 승용차를 수출하는 일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와 관련해 일부 국가에 면제 조치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면서도 “거액의 무역 적자가 있는 일본은 피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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