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에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24일(현지시간) 공개한 대미 투자 계획은 '트럼프 2기' 정부의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국 시장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공격적인 투자로 자동차·부품·물류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그룹의 기초체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해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 자세로 대응하지 않겠다"며 "피해갈 수 없는 도전이 앞에 있어도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120만대 생산 구축···미래 기술에도 선제적 대응
25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대미 투자 세부 계획안에 따르면 자동차 부문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 120만대 체제 구축을 위해 총 86억 달러를 투입한다. 2004년 가동을 시작한 앨라배마공장(36만대), 2010년 준공된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등에다 26일(현지시간) 준공식을 앞둔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까지 본격 가동하면 미국 내 100만대 생산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연내 HMGMA 20만대 증설을 통해 총 12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출 방침이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현대차·기아와 동반 진출한 계열사들이 61억 달러 투자를 집행한다. HMGMA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설비를 증설하고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는 한편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 부품 현지 조달도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 산업·에너지 부문에는 63억 달러가 투입된다.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 관련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법인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 또 유망 스타트업과 원자력·재생에너지 분야, 전기차 충전소 확충 등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지애나 제철소 설립, 트럼프용 카드···공급망 안정 기대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새로 설립될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공장으로 관세 리스크 대응 카드다. 정 회장은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미국인 1300명을 신규 고용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동차 공급망 강화를 위한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루이지애나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의 고향이자 공화당 텃밭인 '레드 스트레이트' 지역이다. 바이든 정부를 지나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제철소 인허가 문제가 있으면 나를 찾아와라. 도와주겠다"고 말하며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루이지애나주는 내륙과 해상이 연결되는 물류 요충지라는 강점도 있다. 미국 석유·가스 산업의 중심지이자 최근에는 탄소포집,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산업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로 제철소를 짓겠다고 밝힌 만큼 핵심 요건인 전력 확보에도 비교적 유리하다.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일관 제철소로, 고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면서 고강도·경량화가 요구되는 자동차 강판을 생산한다. 직접환원철(DRI) 생산 설비와 전기로를 포함한 열연·냉연강판 생산 설비를 갖출 전망이다. 2026년 3분기 착공해 2029년 1분기 준공 목표이며, 상업생산은 2029년부터다.
현대제철은 이번 투자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새로 가동되는 HMGMA와 인접해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내 다른 완성차 메이커에도 전략 차종에 필요한 강판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어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와 유럽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공급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철강 시장은 견고한 수요와 높은 가격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지역"이라며 "국내 대비 천연가스와 전력 비용이 낮고 물류비 절감도 가능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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