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리더십의 한 축을 잃는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발이 묶인 이재용 회장을 대신해 회사의 사업을 대표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만큼, 새로운 리더십 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25일 한종희 부회장 겸 대표이사(DX부문장)의 유고로 대표이사를 전영현 단독체제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을 대표이사로 올려 2인 대표체제를 확립했으나, 불과 일주일 만에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다시 돌아왔다.
재계에서는 TV뿐만 아니라 생활가전, 모바일, 네트워크 등 4개 사업부를 모두 맡으며 반도체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모든 상품을 총괄한 사령탑의 자리를 대신할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아직 후임자나 후속 인사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이 그간 여러 중책을 맡아온 만큼, 자리를 대신할 적임자를 당장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 회복과 인수합병(M&A)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에 복수 대표 체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미등기 임원인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과 '독한 삼성인' 메시지를 던지며 강한 리더십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미국 관세 리스크와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진 등 대내외 위기 속에서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시계가 빨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사 수장이 일제히 등기이사로 이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총수가 등기이사를 맡지 않으면서, 경영자로서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등기임원은 일반적으로 등기임원과 달리 법적 부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그간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 임원으로 복귀해 책임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이 위원장은 최근 정례 회의에서도 "내부에 많은 사람들이 회장께서 (경영) 전면에 나서 지휘해 주길 요구하는데 그런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하며 "등기이사 복귀를 통한 책임 경영을 조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 나오는 삼성에 대한 많은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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