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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주주 뒤통수 치는 '증자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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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5-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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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래 투자가 필요할 때마다 주주들 호주머니 털어갈 거였으면, 반대로 회사가 잘나갈 때는 그만큼 배당을 늘려야 형평에 맞는 것 아닙니까. 이제 겨우 빛을 보기 시작하는데 돼지저금통 조금 찼다고 배를 가르는 미숙한 어린 아이와 뭐가 다릅니까?"
 
삼성SDI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줄줄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한꺼번에 시총의 10%를 훌쩍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말문이 막힌 주주들이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역시 한국 기업은 뒤통수 후려치기의 장인'이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3조6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최대 규모이자 한국 증시 역사상으로도 가장 높은 액수다. 이 회사는 2조4000억원은 미국 등 해외 현지 공장 설립에, 9000억원은 국내 스마트 팩토리와 방산사업장 설비 투자에, 나머지 3000억원은 무인기용 엔진개발 시설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8조1900억원, 영업이익은 2조3955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이다. 방산 수주잔고는 32조4000억원에 달하며, 향후 2년간 영업이익도 6조원대로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주가도 1년 전(20만689원)과 비교해 약 250% 상승했다. 탄탄한 재무구조로 자본동원력이 충분한 기업이 주가가 상승하는 시점에 유증을 꺼내는 게 고약하다는 게 주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유상증자 카드를 이토록 쉽게, 기습적으로 꺼낸 배경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기업 삼성SDI도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신주발행규모는 약 1182만주로 기존 발행 주식의 약 16%에 달한다. 이번 증자로 마련한 현금은 GM과의 합작법인 투자, 헝가리 신규공장 설립 등 미래 성장 준비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래 대비를 위해 지금의 고통을 감수하자는 이 회사의 유증 발표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시점이라는 사실은 고약하다.

주주들은 대출금리가 오르고 채권발행도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다른 방안을 찾아보기는커녕 만만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손쉽게 자금을 확보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실제 삼성SDI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이번 2조원대 유상증자에 약 3800억원 정도만 참여한다. 대주주는 자금을 보태는 시늉만 하고 주주 주머니만 털겠다는 심산이다. 삼성SDI는 유상증자 계획 발표 후 급락해 19만원대로 신저가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3월(49만4500원)과 비교하면 반토막도 더 났다.
 
물론 유상증자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공장증설, 인수합병, 신규사업 등에 투자한다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전제는 '성공한 사업의 결실은 주주들과 나눈다'는 상호신뢰가 있을 때만 성립한다. 현재의 고통 분담으로 이뤄진 성장의 과실은 쪼개기 상장으로 오너 뱃속으로 들어가고, 잘못된 투자의 결실만 주가 하락이라는 결과로 주주들에게 돌아오는 현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주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쓰려면, 기업은 그 이상의 신뢰로 보답해야 한다. 기업이 주주를 현금 ATM 기기로 생각하는 한 이들이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상법 개정안도 막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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