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법원이 25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해 종교 법인으로 존속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해산을 명령했다. 일본 정부가 고액 헌금 등의 문제로 가정연합에 제기한 해산 명령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가정연합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즉시 항고한다는 방침으로, 향후 재판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일본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이날 “유례없는 방대한 규모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현재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부과학성의 가정연합 해산 명령 청구에 대해 종교법인법을 근거로 이같이 결정했다.
판결 과정에서 헌금 피해를 본 사람은 최소 1500명 이상이며 피해액도 204억엔(약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최근까지도 피해가 이어졌지만 가정연합 측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아 해산 외에 다른 유효한 대처 수단이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에서 정부의 청구로 인해 종교 법인이 해산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금까지는 1995년 도쿄 지하철역에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곳에 대한 해산 판결이 있었다. 다만 이들 단체는 모두 교단 간부가 형사 사건에 연루된 사례로, 형사 범죄가 아닌 민법상 불법행위를 문제 삼은 해산은 이번이 처음이 된다.
다나카 도미히로 가정연합 일본교회 회장은 “신교(信敎)의 자유 침해이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하며 항고 방침을 시사했다. 가정연합의 후쿠모토 슈야 고문 변호사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아베 도시코 문부과학상은 “우리 주장이 인정됐다고 생각한다”며 가정연합의 항고 검토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가정연합은 항고할 수 있지만 만약 고등법원에서도 해산 명령이 내려지면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에 항고하더라도 명령의 효력이 발생하고 해산 절차가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종교법인은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직이 남더라도 더 이상 종교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세 비과세 등 혜택이 사라진다. 종교법인 자격과 혜택은 사라지지만 임의의 종교 단체로 활동은 계속할 수 있다.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문제는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통일교 신자의 아들이 모친의 과도한 기부 탓에 가정이 파탄 나자 아베 전 총리가 가정연합과 가까운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고 살해했다.
이후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등이 문제가 되면서 문부과학성은 2023년 10월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일본 종교법인법은 법령을 위반해 현저하게 공공복지를 해칠 것으로 분명히 인정되는 행위나 종교단체 목적에서 두드러지게 일탈한 행위가 있으면 법원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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