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2개월 만에 세계는 훨씬 불안정하고 위험한 곳이 됐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입니다."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에서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며 트럼프 행정부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 수치는 절대 한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한미 무역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려하는 수준까지 왔다"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동기는 다면적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말은 곧 지난해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한 한국은 관세 부담을 피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집계에 따르면 상품교역 기준 한국의 작년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660억 달러 규모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2954억 달러) △멕시코(1718억 달러) △베트남(1235억 달러) △아일랜드(867억 달러) △독일(848억 달러) △대만(739억 달러) △일본(685억 달러)에 이어 8번째로 적자 규모가 큰 무역 상대국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미국이 내릴 조치에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상품에 대해 예외 없는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했고, 다음 달 2일엔 전 세계 주요국 모두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예단할 순 없지만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의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도 한국 경제에는 악재다. 통상전쟁의 한가운데 대통령이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한국 기업들은 자신을 직접 보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옵스펠드 교수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은 찾았으나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계속되고 있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옵스펠드 교수는 미국의 대표 경제학자로, 국제 거시경제학과 국제 금융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인물이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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