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당국 수장들이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 우려와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금융감독원장은 일단 상법 개정안 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의 선진화, 자본시장 밸류업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원장으로서 주주를 보호하고 중시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도 "현재 상법 개정안 내용으로 개정의 선의를 달성할 수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법 개정안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했으면 좋겠다거나 자본시장법과 함께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말해왔다"며 "현재도 그 입장은 같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일반 주주도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면 일반 주주 보호와 관련해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법인이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정부가 마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면서 금융당국 수장 간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해서 김 위원장은 "거부권 행사는 소관 부처의 1차적 의견이 있을 것이고 여러 기관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처리 시한은 다음 달 5일까지다.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시장 신뢰를 위해 상법 개정안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이 원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 시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선 이상 시행을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올바른 선택이 아니더라도 이미 위험한 도로를 한참을 왔는데 다시 뒤로 가는 건 위험한 도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에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4월 2일 상호관세 이슈가 불거질 것이고, 4월 초에 또 정치적 불안정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부의 주주가치 보호 의지를 의심받을 것이고 이는 주식·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국제규준에 맞게 상법을 바꾸는 게 원칙에 맞다는 입장이었지만, 대기업 등을 고려해 자본시장법 개정 필요성을 말씀드려왔다"며 "지금은 어떤 법이 더 맞느냐가 아니고 이미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권한대행이 판단하실 문제"라며 "이번주 중 총리실, 기재부, 금융위에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한 공식 문서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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