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강하늘은 극 중 범죄 채널 스트리머 '우상'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선한 얼굴을 지우고, 허세와 욕망으로 가득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하며 낯선 매력을 끌어냈다.
"대본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운명이라고까지는 못 하겠지만, 제가 그렇게까지 한 번에 읽게 되면 '아, 이 친구는 내가 만날 운명이구나' 그런 느낌이 오더라고요. 저는 대본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으면 그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강하늘은 '스트리밍'의 시나리오를 읽고 연극 대본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상'은 독특한 비주얼과 톤을 가진 인물이다. 범죄 채널 스트리머답게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문 방송인 아닌 가벼움도 드러내는 인물이다. 강하늘은 처음 대본으로 본 '우상'과 촬영하면서 만나게 된 '우상'은 달랐다고 설명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우상이 정제된 느낌이었어요. 그렇게까지 날티가 나진 않았고, 좀 더 평범했죠. 머리도 단정하고,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까지 딱 갖춘 그런 이미지였어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 관객들이 이 캐릭터를 계속 봐야 하잖아요. 그러면 캐릭터성이 좀 더 짙어야 덜 지루하고, 더 눈에 들어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왜그'(극 중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1위를 한다면, 어떤 캐릭터여야 할까?'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 갔어요. 결국 허세 가득하고, 과시하기 좋아하고, 뭔가 많은 것 같은데 사실 내실은 비어 있는 사람으로 잡았죠. 감독님이랑도 그런 방향으로 회의했는데, 그 느낌을 좋게 봐주셔서 지금의 우상이 완성된 것 같아요."
영화 '스트리밍'은 대부분의 장면을 원테이크로 찍었다. 특히 라이브 방송 형식을 그대로 따온 클럽 신의 경우는 복잡한 동선을 가지고 있었다. 강하늘에게 "연극을 해왔기 때문에 동선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었겠다"고 말하자, 그는 "연극할 때 생각이 많이 났다"고 거들었다.
"클럽 신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롱테이크 촬영이 많다 보니까… 저한테는 오히려 익숙했죠. 연극 무대에서 10분이라는 시간은 진짜 짧잖아요. 그래서 어렵지는 않았어요. 저한테 오히려 어렵게 느껴졌던 건, 몇 번이고 다시 촬영해야 했던 부분이었어요. 자꾸 반복하다 보면 '이게 라이브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해진 대사, 정해진 동선대로만 움직이는 느낌? 그게 좀 아쉽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 라이브처럼 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조금 어긋나게 다시 해보기도 했어요. 관객들에게 '이건 진짜 생생한 장면이다'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서요."

무대 연기와 다른 점들도 있었다. 영화 '스트리밍'은 실제 라이브 방송처럼 배우들의 동선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대사가 맞물리거나, 긴 침묵의 순간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대 위 긴 침묵은 '연출'이 되지만, 영상 속 침묵은 '사고'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던 바. 이같은 호흡을 조율하는 것도 배우들의 몫이었다.
"맞아요. 영화나 영상 콘텐츠 볼 때 3초만 말이 없어도 '어? 사고 난 거야?' 이렇게 느껴지잖아요.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서 그런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정적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 '불편함'에서 오는 긴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부러 그런 정적을 넣은 장면도 있고, 일부러 조용히 있는 시간도 있었어요. 그런 방식으로 '라이브 같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것도 있고요. 연극에서의 10분은 무대 위에서 잠깐 멈춰 있어도 체감상 30분처럼 길게 느껴지거든요. 근데 카메라 앞 10분은 그거랑은 또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더 고민됐던 것 같아요. 이걸 진짜 실시간처럼 느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라이브함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스트리밍'의 강점은 생생함이다. '라이브 방송'의 형식을 갖춰 더욱 사실적인 표현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라이브함'이, '시네마적'인 재미로 이어지는지는 개인마다 해석이 다른 바. 강하늘은 "그게 감독님의 용기"라며 답변을 이어나갔다.
"이건 정말 감독님의 용기라고 생각해요.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때부터 방식 자체가 굉장히 특이하고 독특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더 만나기 어려운 스타일의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물론 어느 정도 호불호는 있을 수밖에 없죠. 근데 저는 '그래도 호가 더 많을 거다' 그런 믿음이 있었어요. 감독님의 그 용기에 저도 동참한 거고요. 그리고 이 작품은 다양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는 영화예요. 또, 이걸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거든요. 연기도 더 그걸 염두에 두고 했어요. 계속 화면에 나오는 인물이 저 하나뿐이다 보니까, 라이브한 느낌을 끌고 가면서도 몰입감을 유지하려고 더 신경 썼어요."
영화 '스트리밍'은 강하늘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도 독특한 톤을 가진 작품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등 시네마적인 매력을 가진 작품에서 활약했던 강하늘인만큼 '스트리밍'의 선택은 꽤나 도전적으로 느껴졌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 기분 좋아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영화가 좀 이상해요. 시네마적이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형식 자체도 독특하고요. 근데 이상한데… 재미없진 않아요. 전 그게 너무 좋았어요. 언제나 이런 시도들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연기 말고, 조금은 다르게, 독특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뻔한 호흡 말고, 약간은 결이 다른 그런 느낌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걸 시도해보고 싶었고요. 요즘은 개봉이 다가오니까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영화, 좀 이상하긴 한데… 재미는 있네' 그런 반응이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강하늘은 카메라와 영화에 관심이 많고 애정도 깊다며 그동안 눈여겨 보았던 촬영 현장의 생생함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말했다.
"저는 원래 시네마적인 거, 카메라 자체에 관심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그립팀한테 장비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걸 좋아했어요. '이건 32mm예요? 50mm랑 차이는 뭐예요?' 이런 거요. '스트리밍'에서도 그런 관심이 많이 도움됐어요. 카메라 언어라는 게 있잖아요. 원래는 카메라가 돌면 연기자가 딱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일부러 타이밍을 어긋나게 했어요. 카메라가 늦게 따라온다거나, 살짝 빠진다거나… 그런 안 맞는 동선에서 오는 불편한 느낌이 있어요. 기깔이 안 맞는 장면을 보면 뭔가 이상한 불편함이 들잖아요. 저는 그게 오히려 라이브함을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연기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반영했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강하늘에게 홀로 영화를 이끄는 '원톱 주연'으로서의 마음가짐에 관해서 물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에요.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그런데 영화의 흥망이라는 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우리 손을 떠났다고 느껴요. 이번 '스트리밍'을 하면서 '동주' 때가 많이 떠올랐어요. '동주'가 제게 소중한 이유는, 감독님이나 배우들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간 영화였거든요. 이번에도 정말 그랬어요. 감독님, 배우들뿐 아니라 소품팀, 미술팀 등 모든 스태프들이 '이건 이렇게 해볼까?', '저건 저렇게 가볼까?' 하면서 정말 다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갔어요. 저한테는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고, 욕심을 낸다면… 손익분기점을 넘겨서 이 현장이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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