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밤 경북 영덕군 영덕읍 주변. [사진=연합뉴스]
경북 의성과 안동, 경남 산청 등 경상권에서 발생한 산불이 곳곳에서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비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현장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산림 당국은 일출 시각인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에 진화 헬기 87대와 인력 5421명, 진화 장비 656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순간 최대 초속 11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낮 최고 기온도 20도를 웃도는 기상 악조건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경북권 산불 진화 작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낮 12시 51분께는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진화 작업에 핵심 장비인 헬기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가 오후 3시 30분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추락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의 담수 용량 1200ℓ의 S-76 기종으로, 헬기를 몰던 기장 A씨(73)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급변하는 풍향에 따라 전방위로 확산 중인 산불에 세계문화유산과 유명 고찰 등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의성 산불은 직선거리로 세계문화유산인 안동하회마을 앞 4∼5㎞ 지점 야산까지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시는 오후 8시 20분께 인금리 산불이 확산 중이라며 인금 1리와 2리, 어담리, 금계리, 하회 1리와 2리, 병산리 주민에게 광덕리 저우리마을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영덕에서는 산불 피해로 군민 8명이 숨졌다. 영덕군에 따르면 25일부터 26일 사이에 영덕읍 매정1리에서 80대 남성과 80대 여성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고 축산면에서 80대 여성이 불에 타 사망했다.
축산면 대곡리에선 80대 남성, 영덕읍 석리에서는 100세 여성이 매몰돼 숨졌다.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실버타운 직원과 입소자가 차를 타고 대피하던 중 화염으로 차가 폭발하면서 80대 여성 1명과 80대 남성 2명 등 모두 3명이 사망했다.
경남권 역시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당국이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26일 오후 기준 경남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은 77%로, 이날 오전 80%에 비해 소폭 떨어졌다.
산림 당국은 헬기 18대, 인력 1909명, 차량 235대 등을 동원해 산불 진화에 나섰다. 오후에는 산불이 시천면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국립공원 일부까지 번지면서 공원 직원들까지 진화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지리산국립공원으로 확산한 산불의 경우 공원 방향인 남동풍이 불며 피해 확대 우려가 있으나 절벽과 계곡 등 험준한 지형이 많아 인력 투입은 신중할 방침이다.
오는 27일에는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는 만큼 불길을 잡아줄 단비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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