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미국 뉴욕시가 4월 1일부터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구분하여 배출하지 않으면 최대 3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한국식 모델에 주목해 분리수거 조례를 도입한 후 계도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다. ‘음식물 쓰레기 대국’으로 통하는 미국에서 매립장이나 메탄 등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문제가 심화하자 분리수거 의무화를 시작했다. 앞서 캘리포니아가 2022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을 시행하고 있다.
분리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로 뉴욕시는 퇴비화를 하고 있다. 2022년 10월 퀸즈를 시작으로 뉴욕 전역으로 확대했다. 뉴욕시는 퇴비화가 시의 대표적 현안인 쥐 퇴치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통상 음식물 쓰레기의 약 3분의1은 퇴비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분해 속도가 빨라 매립지의 다른 물질보다 대기 중으로 메탄을 더 많이 배출한다. 미국에서는 폐기물 매립지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메탄의 약 58%가 음식물 쓰레기에서 비롯한다. 대기 중 수명이 이산화탄소보다 짧지만, 메탄은 20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인간을 위해 생산된 식량의 약 3분의 1이 전 세계적으로 손실되거나 낭비되며, 연간 13억 톤에 달한다. 식량 손실과 낭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8~10%로, 항공 부문 배출량의 약 5배에 해당한다.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선진국=쓰레기를 돈 주고 버리는 제도가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나라는 한국이다. 지난해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영국 기자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의 <웨이스트랜드>에서도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와 퇴비화를 호평했을 정도로 한국은 이 분야 선진국이다. 한국도 과거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다른 쓰레기와 함께 버렸다. 음식물 쓰레기 매립을 금지한 기간이 20년에 불과하다. 서울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은 지금은 공원으로 바뀐 난지도에 묻혀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한국처럼 철저하게 분리해서 수거하는 나라는 없다. 분리수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수거한 음식물 쓰레기의 95%를 재활용한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음식물을 구분하지 않고 배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만큼이나 깨끗한 이웃 나라 일본도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에 섞어 배출하고 대부분 소각처리한다. 수분이 약 80%를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불에 태우는 건 비효율적이지만 그럼에도 일본이 소각을 택한 건 그만큼 이 문제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일본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타는 쓰레기의 한 종류이다. 일본은 폐기물 처리를 소각에 의지하는데 대략 80% 소각, 재활용은 20%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소각장을 많이 지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 소각장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퇴비화의 그늘=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강력해 별도의 저감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 중인 온실가스다. 친환경적인 음식물 재활용 방법으로 알려진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에서 메탄이 많이 나온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묻어도 새어 나오는 메탄,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폐기물 처리 방법별 메탄배출계수 및 메탄회수계수 산정 결과를 중심으로> 보고서는 음식물류 폐기물의 처리 방법별 메탄 발생량을 국내 최초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퇴비화, 바이오가스화, 소각, 매립 등의 처리 방법 가운데 퇴비화에서 나오는 메탄이 전체 음식물 처리 방법 중 54%를 차지했다.
음식물류 폐기물의 처리 방법 중 가장 많은 음식 쓰레기를 처리한 방법은 사료화로, 약 50%를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메탄 배출량 통계에도 적용되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료화는 분석에서 뺐다. 이론적으로 이 방법에선 메탄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비화, 바이오가스화, 소각, 매립 중 퇴비화에서 절반 이상의 메탄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퇴비화의 심각한 문제점은 아니다. 음식물 폐기물 1톤당 발생하는 메탄 발생량(kg)을 나타내는 메탄배출계수는 매립이 25.71로 가장 높았다. 반면 퇴비화는 4, 바이오가스화는 1이었다. 퇴비화 자체가 매립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란 얘기다. 메탄배출계수가 1로 나온 바이오가스화는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고 가용한 메탄을 회수하기에 순배출이 실제로는 마이너스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처리시설을 기준으로 사료화한 음식물류 폐기물은 37.3%, 퇴비화는 49.8%가 실제로 사용됐고, 이마저도 대부분 무상으로 제공됐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한 퇴비를 무상으로 받은 농가에서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는지도 알 수 없다.
사료화/퇴비화 공정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대규모 시설에 에너지를 쏟아부어 음식물 쓰레기를 찌고 말려 이틀 내에 사료로 만든다. 겨울엔 얼어붙은 음식물 쓰레기를 뜨거운 물로 녹이고, 여름엔 기계에 낀 동물 사체, 골프공, 숟가락 등 이물질을 끄집어낸다. 사람이 한다. 이렇게 전기와 인력을 쏟아부어 만든 사료 중 일부를 국내에 쓸 곳이 부족하다 보니 아프리카나 베트남의 양계장으로 보낸다. 운송과정에서 비용과 온실가스가 추가로 발생한다.
퇴비화와 사료화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수급을 고려하지 않고 성과 위주로 빨리빨리에만 집중한 게 문제라는 얘기다. 국가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수요를 발굴해서 바이오가스ㆍ퇴비ㆍ사료화의 적정 배분 비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무작정 만들고 남으면 해외에 퍼주는 방식은 곤란하다.
■느린 방식=소각이 대세인 일본에서 일본 가고시마 오사키정은 쓰레기 제로 정책을 펼쳐 주목을 받고 있다. 정책 방향은 소각장을 짓는 대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분리배출을 통해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세계 최초로 일회용 기저귀를 재생펄프로 만들어 기저귀 원료로 재투입한다. 재활용률 20%의 일본에서 20년째 재활용률 80% 이상을 자랑하는 이 지자체는 이런 방식으로 소각장을 새로 건설하지 않았고 매립지 수명을 50년 가까이 늘렸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가 우리처럼 속성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무 잔가지, 낙엽 등과 섞어 6개월에 걸쳐 발효한다. 퇴비와 퇴비로 키운 농산물을 판매하고 학교 급식에 사용하는 등 판매처와 순환구조를 확보한 게 장점이다. 수익은 주민과 공유한다. 이런 모델이 성공한 데는 마을 주민이 29종이나 되는 세세한 분리배출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의 오오키정에서는 하루에 나오는 4톤가량의 음식물 쓰레기로 메탄가스를 만들어 700K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의 운영비는 소각장 운영비의 20%에 불과하다. 바이오가스화는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도 적극 추진 중이다.
■더 느리고 낭만적인?=2015년 부활절 무렵, 프랑스의 콜마르 마을은 주민들에게 처음으로 닭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프랑스 북동부에 있는 이 마을의 쓰레기 수거 부서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목적으로 실험적인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길베르 메이예르 시장은 2014년에 주민에게 닭을 ‘입양’하도록 장려하는 ‘한 가족, 암탉 한 마리’라는 슬로건으로 재선되어 다음 해에 두 곳의 닭 농장과 협력하여 사업에 착수하였다. 주민이 닭을 키우는 데 들인 노력은 공짜 계란으로 금세 보상받게 된다. 4개 지자체의 200여 가구가 닭 두 마리씩을 받았다. 각 가구는 닭을 키우는 데 적정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했고, 담당 공무원이 언제든 동물 복지를 점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했다. 닭장이 제공되지 않아 주민이 직접 짓거나 구매했다. 닭은 받은 가구는 닭이 활동할 8~10㎡의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수년에 걸쳐 다른 (하위)지자체가 가입했고 2022년 이후로 이 지역 20개 지자체 모두 참여했다.”라고 콜마르 행정 당국은 밝혔다. 지금까지 5,000마리가 넘는 암탉이 지역 주민들에게 분배되었고, 6월엔 다음 ‘입양’이 예정돼 있다. 주민은 닭에게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를 먹여 이것이 매립지로 가는 것을 막았고 더불어 공짜로 계란을 얻었다. 암탉의 평균 수명이 4년이고 하루에 150g의 유기 폐기물을 섭취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15년 이후로 273.35톤의 음식 폐기물을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는 조류독감 확산 우려로 닭에게 부엌 쓰레기를 먹이지 말라는 권고를 받지만, 프랑스 벨기에 등 세계 많은 지역에서는 이런 식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계란을 얻는다.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닭은 전통적인 순환 경제 관행을 촉진한다. 인간의 음식 쓰레기를 먹는 닭을 키움으로써 아동에게 동물과 자연 세계 보호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벨기에에서는 닭을 나눠주며 주민으로부터 최소 2년 닭을 잡아먹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벨기에 림뷔르흐주에서만 2,500가구 이상이 암탉을 입양했다. 닭을 키울 만큼 충분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주민에게 닭과 함께 키우는 방법에 관한 기본 지침이 제공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조류독감 외에도 공간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에게, 특히 가난한 사람에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닭을 돌보는 데 필요한 사료, 물, 주택, 공간, 자유 시간 등이 저소득층에게 없다. 이 모든 비용을 고려했을 때 계란은 ‘공짜’가 아니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물론 키우면서 얻은 계란이 더 건강하고 맛있기는 하다.
일부 연구자들은 퇴비화가 오히려 음식물 낭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본다. 분리배출과 퇴비화가 음식물 낭비에 관한 면책 심리를 조장한다는 뜻이다.
가정에 식재료가 도달하기 전 생산단계에서도 많은 식품이 버려진다. 모양 등이 유통과 판매에 적합하지 않아서 부엌에도 가보지 못하고 쓰레기가 된다. 그러므로 구매하고 조리하고 먹고 버리는 사람이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들 강조한다. 하지만 대규모 생산과 대규모 소비를 겨냥한 포디즘은 아직도 작동하며 각성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자본주의 기업들이 만들어낸 난제를 풀 수 없음이 자명하다. 음식물 낭비와 쓰레기 문제에는 개인보다는 기업에서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또한 어차피 각성한 개인의 숫자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도 한 게 현실이다.
식품 생산과 유통, 음식쓰레기 배출과 재활용 전반에 걸쳐 사회나 국가가 각성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방법이 거의 나와 있기에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실용적으로 적용해서 끈기 있게 진행하면 된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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