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벌써 4월의 시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상호 관세가 4월 2일로 예정되어 있어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주까지 약 두 달은 세계 각국이 어떻게든 트럼프 상호 관세에서 벗어나고자 정신없이 워싱턴을 방문하며 물밑 협상을 추진했던 기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주는 세계 각국이 숨을 죽이며 워싱턴 방문 결과인 상호 관세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한 주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2월 중순부터 지난주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이 번갈아 가며 워싱턴을 방문해 우리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며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였다고 한다. 과연 다음 주에 나올 상호 관세는 어떠한 모습일까?
지난 30여 년 통상을 연구해 온 필자 개인의 판단으로 상호 관세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상 국가도 미국과 무역 거래가 있는 국가 전체가 아니라 미국이 상품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주요 10여 개 국가에 EU의 일부 국가를 추가하는 정도로 한정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비롯하여 일본, 한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등 7개국, 유럽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 등 6개국, 여기에 북미의 캐나다와 멕시코를 더하면 대략 15개 국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미국과의 상품무역에서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는 국가들이다. 이들 15개국이 미국의 상품무역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최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언급한 ‘더러운 15개국(dirty 15)’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님을 추측할 수 있다.
상호 관세의 크기는 국가마다 다를 것이다. 15개 국가라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FTA 비체결국이라도 선진국은 대체로 관세가 낮아 상호 관세도 높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와 베트남 등은 관세가 높아 충분히 두 자리의 상호 관세가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와 캐나다, 멕시코는 FTA를 체결해 관세로만 본다면 상호 관세의 크기는 불과 2~3%에도 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비관세장벽을 고려하면 상호 관세가 더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비관세장벽의 효과를 관세로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많은 시간을 들여야 가능하며, 그렇게 나온 값이라 해도 이론적으로 허점이 많아 남한테 공격받기 십상이다. 따라서 비관세장벽의 효과를 정교하게 계산해 관세를 추가하기보다 임의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비관세장벽을 이유로 상호 관세를 크게 올리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산업별로도 상호 관세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세 번 단위에서의 관세율을 단순히 평균하여 해당 산업의 평균 관세를 구하는 것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 더욱이 수입액의 일정한 비율을 관세로 부과하는 종가세가 아니고 단위 수입량에 일정한 금액을 관세로 부과하는 종량세의 경우는 관세를 비교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러한 관세 비교와 비관세장벽의 관세로 전환에 따른 기술적인 어려움 등을 고려한다면 상호 관세는 산업별로 정밀하게 계산되어 나온다기보다 매우 단순하게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예를 들어 10%, 20%, 30% 등).
한편 전 산업 부문에 상호 관세가 부과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계속 예외 없는 관세 부과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최근 달걀값 폭등으로 달걀 수입을 대폭 확대한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 체감 식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 농식품의 경우 상호 관세의 예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특히 조만간 금리 인하를 통해서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체감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농산물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상호 관세는 당초 미국이 자국 제조업 부흥에 핵심인 철강이나 알루미늄 및 자동차, 향후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필수인 첨단 제조업 등 일부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며, 그 외 부문은 그 강도가 한층 약해지거나 제외될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상호 관세는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에 따른 재정 손실 만회를 위해 활용될 것이므로 그 크기는 세금 감면액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과 밀접히 관계될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 관세는 종전과 같이 특정 분야로 제한되며 25%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특히 FTA를 체결한 국가에는 그 크기가 크지 않을 것이며, 비관세장벽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적용될 수는 있다. 이는 추후 협상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농업을 포함한 일부 산업은 상호 관세 예외 가능성도 있으며 설령 관세가 부과된다고 해고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는 다음 주에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알려진 공포는 더 이상 공포가 아니듯이 차분히 준비하면 상호 관세의 부정적 효과는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 이제는 상호 관세 공포에서 벗어나 그 이후를 대비할 때이다. 남보다 한발 앞서야 선점의 과실을 따 먹을 확률도 올라간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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