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말 물러난 팻 겔싱어 인텔 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6조 원)를 투자하기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 "미국 반도체 산업 부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겔싱어는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의 파트너가 된 후 이번 주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에 R&D(연구·개발)가 없다면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리더십을 가질 수 없다"며 "TSMC의 모든 R&D 시설은 대만에 있으며, 아직 이를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TSMC는 "미국에서 수행할 유일한 개발 작업은 이미 생산 중인 공정 기술에 대한 것"이라며 핵심 연구 개발은 대만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겔싱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TSMC와 같은 칩 제조업체의 대미 투자를 끌어냈다며 이는 "점진적으로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칩 제조에 사용되는 최첨단 공정 기술 분야에서 뒤처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미래 리더십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는 많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이 10년 전 대만 기업에 빼앗긴 글로벌 제조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 속에서 TSMC에 크게 의존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겔싱어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던 중국 저가형 AI 모델 '딥시크'와 관련해 "딥시크는 좋은 엔지니어링의 결과이지만 획기적인 혁신은 아니었다"며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 기업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너무 비싸다"며 "추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야만 인류의 모든 측면에 진정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 2021년 2월 인텔의 CEO로 부임했던 겔싱어는 위기에 빠진 인텔의 턴어라운드를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으나, 작년 인텔 실적이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하는 등 결과가 순탄치 못했던 가운데 작년 12월 주주들의 압박 속에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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