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수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과 독일. 게오르크 빌프리트 슈미트 주한 독일 대사는 두 나라 사이의 오랜 관계가 단순한 외교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20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슈미트 대사는 양국 간의 깊은 이해, 경제적 잠재력, 문화적 호기심, 그리고 기후 변화 대응 협력에 대해 진심 어린 소회를 밝혔다.
“내게 한국은 낯설지 않은 나라다. 1987년에 처음 방문했고, 이번이 첫 근무도 아니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독일을 잘 알고 또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지 올 때마다 놀란다. 물론, 독일에도 한국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양국 관계의 근간을 '사람'이라고 짚었다. “이건 10년, 20년 만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긴 시간에 걸쳐 쌓인 것이다.”
독일과 한국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다자주의 같은 공통 가치를 공유한다. 여기에 중견국으로서의 공감대도 있다. “우리는 모두 국제 규범에 기반한 질서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닌, 재료는 밖에서 구하고, 기술로 가공해 수출하는 구조를 가진 나라인 만큼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필수다.”
양국 간 경제 관계도 견고하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에 이어 독일의 세 번째 주요 무역 파트너고, 독일은 유럽 내에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슈미트 대사는 “한국 기업들이 유럽, 특히 독일의 녹색 전환 흐름에 적극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터리, 정보통신기술, 방위 산업 분야에 특히 강점이 많다. 한국 기업들이 독일과 유럽을 성장의 기회로 여기면 반갑게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 교류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과거 독일의 산업화를 함께한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 그리고 최근 김민재 선수와 K팝 스타들까지. “차범근 선수가 프랑크푸르트에 처음 왔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 강력한 문화 대사”라고 그는 말했다.
슈미트 대사가 이끄는 독일 대사관은 ‘기후 대사관’으로 지정돼 있어 다양한 녹색 협력 활동을 전개 중이다. 그는 “녹색과 성장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시장이 올바른 신호만 준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철강 산업에서의 전환을 '게임 체인저'로 지목하며 “한국이 녹색 철강으로 전환한다면, 그 파급력은 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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