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의 강도 높은 ‘벌떼 입찰’ 제재 기조와 국토부의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 등 ‘벌떼 입찰’ 정책 엇박자 우려 속에 나온 이번 판결이 대방건설과 제일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등 유사 행태로 법적 제재를 밟고 있는 건설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7일 법조계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고법 행정7부는 호반건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페이퍼 컴퍼니 계열사 등을 여럿 만들고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벌떼 입찰’에 나선 뒤 낙찰받은 23곳 공공택지를 장남과 차남 회사인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 9개사에 양도하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이 향후 공정위의 ‘벌떼 입찰’ 관련 과징금 법적 분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대방건설은 계열사를 통해 공공택지를 다수 낙찰받고 이를 며느리 회사 등에 넘긴 혐의로 공정위에서 과징금 205억원을 부과받았고, 제일건설 역시 '벌떼 입찰'과 관련해 과징금 97억원을 부과받은 상태다. 공정위는 오는 5월에도 벌떼 입찰과 관련해 우미건설과 중흥건설을 대상으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건설사들의 ‘벌떼 입찰’ 관행에 칼을 겨누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과거 벌떼 입찰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1사 1필지’ 제도에 대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국토부는 연말 만료를 앞둔 1사 1필지 제도 연장 여부를 올해 하반기에 검토한 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건설경기 침체 등 업황을 고려해 해당 제도에 대한 연장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최종적으로 연장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1사 1필지 제도는 300가구 이상 공공택지 1필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 수를 모기업과 계열사 1곳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적용 대상 지역은 주택법상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이다. 과거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페이퍼 컴퍼니 등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에 대한 대규모 입찰에 나서는 관행을 막기 위해 3년 한시 제도로 2022년 10월 도입됐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 2023년에도 1사 1필지 적용 지역을 수도권 전역과 지방광역시로 확대 적용하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에 나서려고 했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공공택지 입찰에 나서는 건설사가 감소하면서 제도의 확대 적용 실익이 약해졌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해에는 공공택지 전매 금지 규정도 풀었다. 올해 10월로 만료를 앞둔 ‘1사 1필지’를 풀기로 내부적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건설 경기 침체에 제도 연장의 실익이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황의 침체로 공공택지에 대한 유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부 성과를 종합할 때 제도 연장의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찰된 LH 공공택지 물량은 25필지, 총 1조7682억원 규모로 이는 2009년 집계 이후 15년 만에 최대 규모다.
1사 1필지 제도가 폐지될 경우, 당장 올해 당장 하남 교산, 부천 대장,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 과밀억제권역 택지의 공급에도 관련 제한이 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국토부 방침이 전해진 것은 없지만, 만약 해당 제도가 올해 폐지된다면 3기 신도시 등 일부 공공택지 입찰 시 제한이 풀려 응찰 결과에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1사 1필지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성은 있지만, 향후 나중에라도 유사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별도의 보완책이나 안전장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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