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을 지지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사태로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받는 MBK파트너스 대신 100분기 연속 흑자라는 성과를 낸 최 회장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이사회 구성에 대주주 지분율 못지 않게 개별주주들의 의사가 중요해진 만큼 경영권을 지켜야 하는 최 회장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은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2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소집해 △이사 수 상한 설정(제2-1호)과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제2-2호) △배당기준일 변경(제2-3호) △분기배당 도입(제2-4호) △분리선출 가능한 감사위원의 수 설정(제2-5호) 안건 등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공개매수 등을 통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7.83%에서 4.51%까지 줄였지만,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 투자자 중에선 여전히 가장 많은 지분을 쥐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에서 가장 강력한 캐스팅보트인 셈이다.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권고와 배치되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글래스루이스, ISS,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의 의견을 참고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 ISS와 한국ESG기준원은 이번 주총에서 MBK·영풍 측에 유리한 의견을 냈다. 반면 한국ESG연구소만이 고려아연이 내놓은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하며 현 경영진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사태가 국민연금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MBK의 경영 방식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단기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기금 운용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자산 유동화 등에도 불구하고 실적 악화와 점포 폐점이 이어지며 결국 이달 초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이사회 구성과 경영권 확보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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