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면서 민주당이 본격적인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내란종식' 기조에 당 안팎 이견이 없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탄핵 추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에 '이재명 불가론' 전략에 수정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날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24시간 철야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 시간이 많이 없는 것 같아 4월 18일까지 이어갈 것"이라며 "그때까지 최대한 가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4월 18일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날이다. 민주당은 그 시점까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미뤄질 경우 탄핵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진행해 왔던 헌재 앞 기자회견과 릴레이 시위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 처리는 잠정 유보됐다. 당초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 최 부총리 탄핵안을 보고할 예정이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꺼내던 '재탄핵' 카드도 잠시 넣어뒀다. 산불 피해로 시국이 엄중한 만큼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한 원내 관계자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최 부총리 탄핵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기각과는 상관없는 징벌적 성격의 조치"라며 "지금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멈췄지만, 정리되면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다른 핵심 관계자도 "당초 늦어도 14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이라며 "비상식적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원내지도부는 최 부총리 탄핵, 헌재 압박 등 가능한 모든 카드를 검토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기대 밖의 결과를 받아 든 국민의힘은 이날도 이 대표 항소심 재판부에 대한 파상 공세를 펼쳤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고 국민께서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이번 항소심 재판의 모든 쟁점은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막대한 영향을 줬던 중대 사안이다.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판단부터 완전히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렇게 중요한 재판에 설명 자료가 없다.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납득 시키기 어려운 논리의 판결문을 썼으니까, 설명 자료를 쓸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2심 판결만큼은 반드시 대법원에서 바로잡길 바란다. 그래야 사법부의 권위를 되살릴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 대표의 남은 사법 의혹을 조명하는 것과 동시에 대내외 여론을 고려한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흘러나왔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야당을 상대할 동력이 한풀 꺾인 만큼 사법부를 상대로 신중론을 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 본인은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었다고 하지만 당 입장에서는 여전히 공세를 펼칠 수 있는 요소가 남아있다고 본다"며 "이번 선고가 중도층에서도 납득할 만한 '명(名) 판결'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선거법 최종심 판결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올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면 일부 노선 변경은 불가피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민주당 내 이 대표 '1강 체제'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기 대선 출마를 고려했던 여권 잠룡들의 입지도 당분간 쪼그라들 전망이다. 한 유력 주자를 돕고 있는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 대표가 2심 유죄 판결을 받아 법적으로 출마를 못 하게 되는 상황을 기대했다"며 "사실상 '캠프' 형태를 갖추고 있는 후보가 얼마 없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폭이 크게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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