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4월로 미뤄지게 된 배경에 대해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결정문을 가다듬기 위해 오랜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당초 3월 중순으로 예상됐던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은 헌재의 평의가 길어지면서 4월로 미뤄졌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마지막 변론기일 후 2주 안으로 선고 됐던 전례에 비춰볼 때 장기화가 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예상보다 선고일이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 현 8인의 재판관이 의견의 불일치가 있을 것이라는 법조계 분석이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군가가 고의 지연을 하거나 정족수 대립으로 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재판관 내부에서 선고일에 대해 미루자는 의견이 한 두 사람이라도 나와 합의가 안되면 선고일 지정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고 예상했다. 노 변호사는 8대 0으로 파면 결정을 조심스럽게 예측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세력간 구도가 재판관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 같고 탄핵을 인용한다면 임명권자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 되는 상황"이라고도 봤다.
헌재법에는 헌법재판관을 총 9명 두되, 대법원장·국회·대통령이 각각 3명씩 지명하며 임명은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재판관들이 본인들을 임명한 세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의 8인 체제 종식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임명이 돼야 하고, 마 후보자가 미임명된다면 헌재를 통한 빠른 시일 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도 마 후보자를 정치적 이해관계를 염두해 임명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마 후보자의 임명을 촉구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마 후보자 불임명과 관련해 최상목 당시 권한대행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미임명된 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26일 정계선·조한창 재판관과 함께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12월 31일 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 합의가 확인되야 한다는 이유로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보류했고, 지금까지 재판관으로 임명되지 않고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다음달 18일까지 선고가 되지 않을 가능성에도 법조계와 헌법학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 권한대행과 이 재판관의 경우 전임 대통령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들의 후임을 임명한다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이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달 18일이 지나도 선고가 안된다면 임계점에 도달한 국민들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 역시 이날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헌재가 마비된다고 강조하며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다만 탄핵 선고 과정이 장기화되는 것은 재판관들이 결정문을 더 가다듬고 쟁점별로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차 교수는 "탄핵심판은 제도적으로 재판의 형태로 제도화됐다. 일부 국가처럼 의회가 탄핵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면 통상적인 재판 절차와 판결문에 준하는 절차 보장이 불가피하다"며 "8대 0의 결론이 명백하더라도 헌재 재판연구관과 재판관이 쟁점별로 검토 보고서를 쓰고,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며, 9명의 재판관이 쟁점별로 토론하며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판관과 연구관이 겪는 시간적, 물리적 상황 그리고 토론의 과정과 기록 읽고 판결문 작성하는 과정도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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