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위 실적을 기록했던 KB증권이 올해 1분기에도 선두를 달리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역대급 '대어'로 꼽혔던 LG CNS가 상장 후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이는 등 IPO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상장을 완주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발생할 경우 주관사들의 실적도 함께 출렁일 수 있다.
30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1분기 동안 KB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공모 총액은 1조2658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2778억원), 삼성증권(2430억원), NH투자증권(1135억원), 한국투자증권(86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KB증권의 실적에는 LG CNS 주관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LG CNS는 LG그룹의 SI그룹으로 지난 2월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공모 총액은 5조9972억원으로 6조원에 육박했다.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12조원) 이후 공모 규모가 가장 컸다.
LG CNS는 대표 주관사로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를 선정해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JP모건은 공동 주관사로 선정됐다.
KB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IPO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KB증권은 DCM 부문에서 14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확고한 입지를 다진 반면 IPO를 포함한 ECM 부문에서는 다른 대형 증권사들에 밀려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만큼 ECM 실적 강화는 KB증권의 오랜 과제이기도 하다.
1분기부터 우수한 IPO실적을 쌓아가면서 하반기에도 대한조선, 미코세라믹스, 명인제약, 채비 등의 빅딜로 1위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1분기 두 번째 공모 규모(1815억원)가 컸던 서울보증보험을 주관했으나 LG CNS와의 공모 규모 격차를 넘지 못했다. 서울보증보험은 기관 투자자의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희망 범위 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한 탓에 공모 규모가 예상보다 더욱 낮아졌다.
상장 주관 기업 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7개로 가장 높았다. KB증권 6개사, 삼성증권 5개사, NH투자증권 4개사, 한국투자증권 3개사가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형 딜과 함께 중소형사의 상장 주관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투트랙'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데 올해도 이런 전략으로 저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IPO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만큼 예정된 상장 일정에서도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해 연말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DN솔루션즈 등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며 연말까지 순위 지각 변동이 계속된 바 있다.
금융 당국의 주도 하에 IPO제도가 변경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공모가 산정 합리성 강화, 주관사 실사 및 책임 강화 등을 위해 대대적인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7월부터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 수요예측 참여자격 강화, 주관사 사전취득분 의무보유 강화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변경된 제도가 IPO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기업들 역시 상장 일정이나 계획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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