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이어 동남아시아의 저가 덤핑으로 국내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수출 장벽이 높아진 데다가, 저가 공세에 의해 '안방 시장'마저도 외국 기업들에게 뺏길 위기에 처했다. 내수 시장에서 근근이 버티던 중소기업들은 수십억원대의 손실을 떠안고 있고, 일부 기업들은 생산 공장 처분에도 나서고 있다.
◇무자비한 물량 밀어내기 ··· 중소기업 '속수무책'
동남아산 덤핑의 주요 피해 품목으로는 PB가 꼽힌다. 저가 밀어내기에 국내 PB 생산량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태국산 PB 수량은 올해 초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 태국산 PB 수입 규모는 10만824㎥로 지난해 전체 PB 평균 수입 규모(10만7825㎥)를 웃돌았다.
국내 PB 생산업체 A사는 2023년 기준 수십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었으며 B업체는 국내산 수요 감소로 생산 설비를 철거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상황에서 태국의 무자비한 물량 밀어내기에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스테인리스강 생산업체들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중국·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대만, 베트남의 스테인리스강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밀려들어오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중국·대만·인도네시아산이 반덤핑 관세로 가격이 상승하는 틈새를 공략했다.
실제 베트남 기업이 지난 2022년 스테인리스강 생산을 시작하면서 수입물량이 2022년 5만7308t에서 2023년 9만840t까지 급증했다. 2021년 수입물량이 1604t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2023년 수입물량이 2년 만에 57배 늘어난 셈이다.
◇'태양광·로봇·전기버스' 신기술 분야도 외산 쓰나미
올 들어 태양광·산업용 로봇 등 신기술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반덤핑 관련 무더기 제소에 나서는 중이다. HD현대로보틱스 등 국내 산업용 로봇업체 5곳은 지난 1월 산업부 무역위에 중국·일본산 '4축 이상 수직 다관절형 로봇'에 대한 반덤핑을 제소했다.
중국산 1t 전기트럭의 공세도 매섭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 1t 트럭 중 중국산 점유율은 약 10%로 집계됐다. 2023년 점유율이 약 6%였던 것을 고려하면 1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앞서 국내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은 이미 중국산이 국산을 넘어선 바 있다. 2023년에는 국산(46%)이 중국산(54%)보다 뒤처졌다. 지난해 국산(63%)이 중국산(37%)을 따라잡았으나 보조금을 앞세운 저렴한 가격에 언제 다시 뒤집힐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 사례를 보면 국내 시장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덤핑 수출이 생기면 국내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출 중심 산업구조에서 덤핑이 이어질 경우 국내 생산 업체들의 경쟁력은 당연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정부는 무역위원회의 조직을 늘리고 법령 개정 등을 통해 덤핑으로부터 국내 산업 보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외국의 불공정 무역 시도에 대해서도 우회덤핑 방지를 위한 법령 개정, 철강제품 품질검사증명서 제출 제도화 등 불공정 수입 모니터링 강화, 무역위원회 기능 강화 등을 통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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