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앞두고 반도체·이차전지 종목이 대차잔고 상위권을 차지하며 '공매도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의 대차거래 상승세도 심상치 않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삼성전자의 대차거래 잔고 주수는 1억1317만주, 금액으로는 6조81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증시에 상장한 모든 종목 중 1위에 해당한다. 뒤를 이어 대차잔고(금액)가 큰 종목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3조8969억원), SK하이닉스(3조4056억원) 등이 있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1조5444억원), 에코프로(9546억원) 등 종목이 대차잔고가 많았다.
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 매도 주문을 내고, 주가 하락 시 차익을 실현하는 거래 방식이다. 대차잔고란 투자자가 증권사나 기관에서 빌린 주식 중 아직 상환하지 않은 누적 수량을 의미하며, 이는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취급된다.
대차잔고 증가가 반드시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차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의 경우 향후 '숏커버링(공매도한 투자자가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시장에서 다시 매수하는 행위)'이 발생하며 단기간 주가가 오를 수 도 있다. 다만 시장 내 하락을 대비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점에서 대차거래와 잔고 등의 증가가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대차잔고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8일 대차잔고는 66조6401조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올 초(47조3358억원) 대비 41% 쌓인 것이다. 지난주(3월 24~28일)엔 LG에너지솔루션의 대차잔고 증가폭이 가장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주 5거래일간 대차잔고액이 약 4251억원 불었다.
아울러 외국인의 대차거래 증가세도 뚜렷한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하락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대차 거래량의 71%가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전체 차입잔고 금액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 1월 34.5%에서 이달 42.75%로 증가했으며, 대여 잔고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같은 기간 26.3%에서 31.67%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대차잔고가 많은 반도체, 이차전지 종목 등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종목은 31일 공매도 금지가 해제될 예정이어서 이후 새로운 투자 수급 요인 발생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4월 초 미국 행정부의 글로벌 상계관세 발표와 4월 중순 행정명령 결과 확인 등 이슈도 확인이 필요해 다음 달 국내 이차전지에 대한 투자 전략은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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