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3일부터 25%의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사회가 긴장 중인 가운데 일본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우선은 미국과의 협의를 계속해 설득시켜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미국 측의 속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다음 날인 27일 “일본은 그동안 다양한 레벨에서 자동차 관세에 대한 예외를 요구해 왔다”면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야시 장관의 발언에는 지금껏 노력해 왔음에도 일본이 대상국에 포함되는 형태로 발표된 것에 대한 실망감이 묻어났다. 그는 “그동안 미국 정부를 상대로 다양한 레벨에서 자동차, 자동차 부품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미국과의 협의의 등 필요한 대응을 끈질기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예외로 두지 않았다. 미국의 수입차 추가 관세 부과 현실화를 우려하던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당장 계산기를 두드리며 우려 섞인 관측들을 내놓고 있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출하액 면에서 제조업의 20%, 고용 면에서 전 산업의 10%,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투자면에서 제조업의 30%를 차지하는 기간 산업이다. 여기에 부품업체 등을 포함하면 자동차 산업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고, 자동차 관세로 인한 타격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차에 25% 추가 관세 부과해 일본산 차량의 대미 수출이 완전 차단될 경우(대미 자동차 수출액 ‘0’엔 가정), 최대 13조엔(약 126조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이 소비한 금액보다 60% 많고, 일본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 남짓에 해당하는 수치다. 당장 현실적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10%만 줄어도 12조원가량의 부가가치가 사라진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미국의 이번 자동차 관세 조치 영향으로 일본의 실질 GDP가 최대 0.52% 하락하고, 일본 기업이 관세에 따른 추가 비용을 자동차 가격에 전가할 경우 미국 내 신차 판매량이 11.9%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추가 관세로 도요타는 영업이익의 30% 정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마쓰다와 스바루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마쓰다는 미국에서 파는 차량 중 19%만 미국에서 생산해 관세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고, 스바루는 세계 판매량의 70% 이상을 미국에서 팔 정도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검토 움직임이 나오는 반면 한국의 경우 현대차가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서로 다른 전략으로 대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현재로선 양쪽 모두에 신중한 입장이다. 우선 보복 관세와 같은 대항 조치에 대해서는 일부 야당에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부정적이다. NHK가 일본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이달 4∼17일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보복 관세와 관련해 ‘실시해야 한다’는 견해가 3%에 불과했다. ‘실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27%였다.
반면 현대차와 같은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서는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에 대한 불확실성과 일본 내 자동차 산업 공동화를 우려해 소극적인 자세다. 마이니치신문은 “신규 공장 건설은 일반적으로 계획부터 4년 전후가 걸려 완성 시에는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내 생산 증가에 따라 일본의 수출용 차량 생산이 줄어들면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방침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일본이 제외되도록 ‘끈질기게’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에게 “끈질기게 협의해달라”고 지시했고,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도 “계속해서 제외를 강하게 요구하고 필요한 대응을 끈질기게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가 비관세 장벽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이 제기한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카드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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