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국내 최초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양산이 임박한 상황이라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극복을 위한 배터리 업계의 경쟁이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최근 베트남 법인에서 4695(지름 46mm, 높이 95mm) 배터리 모듈 출하식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4695 배터리 셀은 천안에서 생산되고 베트남에서 모듈로 조립된다. 초도 물량은 미국 고객사에 공급한다.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기존 원통형보다 에너지 용량이 6배 이상 높고 밀도, 출력, 공간 효율성 등도 개선됐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공정 횟수 감소에 따른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삼성SDI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고용량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와 독자 특허 소재인 SCN 음극재가 적용돼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렸다. 또 내부 저항을 약 90% 낮추는 '탭리스(Tabless) 기술'이 적용됐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고객사와 46파이 배터리 양산 시점을 협의 중이다. 르노, 메르세데스 벤츠, 포드에 이어 미국 전기차 브랜드 리비안에 4695 원통형 배터리를 대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 5년간 총 67GWh(기가와트시) 규모를 공급하며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셀 가격을 kWh당 100달러로 가정할 경우 최소 8조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SK온도 최근 4680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나서며 양산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를 말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원통형 배터리가 캐즘 돌파의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46파이 배터리 시장은 2023년 155GWh에서 2030년 650GWh로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정체기를 맞아 원통형 배터리가 과도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국 CATL과 EVE도 BMW 공급업체로 개발을 진행 중인 만큼 더 늦기 전에 차세대 배터리 양산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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