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플란트가 대중화되면서 ‘치아가 혹은 잇몸이 안 좋은 편이세요. 치아 관리 잘 하셔야 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면 ‘까짓 것 뭐 안 좋아 지면 임플란트 심으면 되지’라고 쉽게 말씀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예, 실제로 임플란트는 상실된 자연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긴 하지만, 여전히 자연치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자연 치아는 단순히 음식을 씹어 먹게 해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그 존재 자체만으로 뇌신경 발달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치매 예방 등의 여러가지 기능을 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조직 중에서 경조직에 해당하는 치아와 뼈는 재생이 어려운 부분에 속합니다. 특히나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새로 다시 돋아나지도 않고, 뼈처럼 붙지도 않습니다. 치아 손상의 원인을 살펴보면, 어려 서부터 20대까지는 주로 충치로 인해서 치아에 손상이 가는 경우가 주를 이루고, 40대 이후부터는 치주질환이라고 불리는 잇몸병에 의해서 치아건강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까닭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영구치가 올라오는 어린이들에게는 충치 예방을 위해 홈 메우기(실란트)를, 20세 이상의 온 국민에게는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연 1회 스켈링을 보험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실손 보험 중 치아보험 가입자 수가 늘어나고, 거기에 ‘저가형 임플란트’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자연 치아를 치료하는 비용보다 임플란트를 심는 것이 치료비가 더 저렴하다고 살려서 쓸 수 있는 치아를 그냥 뽑고 임플란트를 심는 치료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임플란트가 처음 도입된 90년대에는 임플란트가 하나당 300~5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싼 치료였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너나할 것 없이 임플란트를 심었고 임플란트 제조업체도 많아지고 경쟁도 심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가격경쟁으로 치달으며 임플란트 치료비를 29만원, 39만원에 광고하는 병원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는 실제로 자연 치아를 살려서 치료하는 비용보다 저렴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가형 임플란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사람의 치아는 치조골이라고 하는 턱뼈에 치주인대라고 하는 결합조직에 쌓여서 심겨져 있습니다. 치아도 살아있는 세포와 조직이기에 뜨거운 것이나 차가운 것을 먹으면 온도를 인식하고, 치아 사이에 머리카락만 끼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조직입니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임플란트는 티타늄이라고 하는 금속 소재의 인공물을 턱뼈에 바로 붙이는 방식으로, 치주인대 등의 연결조직이 없어서 씹는 힘을 분산시키지 못하고 턱뼈에 오롯이 하중을 전달하며 온도변화나 단단함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실제로 임플란트가 깨졌는데도 모르고 지내신 채로 병원에 내원하시는 환자분들도 많습니다.
치아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참으로 고맙고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눈 앞의 치료비용에 급급하여 자연치아 대신 임플란트를 선택하기 보다는, 가능한 한 보존하여 자신의 자연치아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모든 국민이 치아를 소중히 여기고 정기적인 검진과 적절한 관리를 통해 구강 건강을 유지하는 그 날을 치과의사로서 바라봅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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