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사과하지 않는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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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5-04-0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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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상대가 아무리 지난번 경험에서 큰 교훈을 얻고 그동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하더라도 상대는 틀림없이 앞으로도 같은 행동, 같은 의사 결정을 반복할 것이다. 사람들은 절대로 어떤 일을 한 번만 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밀리언셀러 작가 로버트 그린은 자신이 집필한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짤방' 사진으로 잘 알려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문구와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이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습관과 자동화된 행동 때문에 새롭거나 중요한 요소를 간과할 수도 있고 인지적 오류와 편향으로 우리 판단이 왜곡될 수도 있다. 경험을 통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학습의 한계나 스트레스 등 감정 상태, 불안정한 외부 환경 역시 반복되는 실수의 원인이다.

사람은 종종 실수에 대해 자기방어 기제를 작동시켜 실수를 인정하거나 고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통상 반복되는 실수에 대한 사과를 더 어려워하기 마련이다. 

최근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내려놓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미국 국채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정부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30년물 미국채 1억9712만원 규모를 지난해 말 재산신고 시점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일반 개인이라면 큰 문제가 없는 투자 결정이지만 그가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부총리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부총리의 미국 국채 투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23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실 경제수석 재직 당시 1억7000만원 규모 미국 국채를 매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최 부총리는 "수석으로 있을 때 (미국채를) 산 것이 도덕적 비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면 연말 재산신고를 하기 전 외화국채는 반드시 처분을 하겠다"고 말했고 청문회 직후 실제로 미국 국채를 모두 처분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최 부총리는 다시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정치권에서는 12·3 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고환율로 인한 수익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야당은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부총리가 환율 급등과 외환위기에 베팅하며 나라 경제를 팔아 자기 재산을 불리려 했던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기획재정부를 통해 해당 자금 출처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자녀 유학 준비 과정에서 2018년에 보유했던 달러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채 매입 시기는 '작년 중순'이라며 "최근 환율 변동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미국채 매입 사실을 처음 지적받은 인사청문회 당시 비판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사과는 하지 않았다. 최근 정부 재산 공개로 재차 매입 사실이 밝혀진 이후 역시 사과는 없었다. 

일국의 경제부총리가 2억원 남짓한 자산을 더 불리기 위해 강달러를 방치하거나 유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비판과는 무관하게 국민 감정을 고려하는 사과가 필요하다.

정부 정책이 국민들의 이해와 상반되거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결정이 내려진다고 판단될 때 국민적 반감은 커진다. 공직자들이 개인적인 이익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느껴지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는 최근 외신과 인터뷰하면서 이번 자리가 공직에서 마지막 역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순탄치 않았던 그의 공직 생활에 이번 미국채 논란이 부디 마지막 오점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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