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시간·한국시간 3일 오전) 백악관에서 이른바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상호관세는 무역 상대국 관세율뿐만 아니라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대미 수출이 많은 품목일수록 관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 및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전개됐던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6836억 달러 가운데 대미 수출은 1278억 달러로 전체의 18.7%에 달했다. 이 중 자동차가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000만 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의 49.1%를 차지했다.
철강 업계도 초비상이다. 가뜩이나 미국의 관세가 적용되기 전부터 철강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이중 관세가 붙으면서다.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철강 수출이 겪고 있는 하향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의 경우 수출 물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10%로 자동차와 비교해선 낮지만 미국의 시장가격이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시장으로 꼽혀왔다"며 "관세정책이 장기화되면 우리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업종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로 중국(32.8%)과 홍콩(18.4%), 대만(15.2%)보다 더 낮은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생산을 한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의 경우 여러 국가를 거쳐 제조한다는 점에서 관세 적용 범위와 기준에 따라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만큼 반도체 역시 사정권에 놓여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대미 석유화학 수출이 전체의 3.3%에 그쳤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직접 수출 시에 적용되는지, 원료가 적용된 제품에 간접적으로 부과되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정부는 미국의 관세조치 발표 직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대응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 역시 대미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실질 피해 최소화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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