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임박한 가운데 여권 잠룡들은 일제히 몸을 낮추고 관망세에 돌입했다.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표면적으로는 결과와 관계없는 '승복'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보수층 여론을 의식해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탄핵이 인용될 경우 곧바로 최장 60일간의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지는 만큼 물밑에선 향후 전략 구상에 매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잠룡들은 조기 대선 여부를 결정할 윤 대통령 선고기일을 앞두고 대외 행보를 자제한 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안 관련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무죄 선고에 이어 전날 헌법재판소가 선고기일을 확정하면서 현재로선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해석이다.
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주장했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각각 탄핵 기각·각하를 자신하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홍준표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탄핵 기각을 예측한다"며 "본래는 적대적 공생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동시 퇴장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서울고법 판사들의 억지 무죄 판결로 이 대표가 살아나는 바람에 윤 대통령도 헌재에서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문수 장관도 전날 "탄핵 각하와 직무 복귀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탄핵 찬성 입장을 드러내 온 여권 주자들은 '포스트 탄핵'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중도 포섭력을 부각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미애 의원이 외국인의 지방선거권 부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이날 페이스북에서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에 외국인 투표권을 상호주의 원칙에 맞게 반드시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꺼내든 공약을 통해 정책적 면모를 강조한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87 체제' 종식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야 모두 국민 앞에 결과를 인정하고, 국정 안정에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통합 메시지에 주력했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이 4일 헌재에서 인용될 경우 최장 60일 안에 조기 대선이 열리는 만큼 당내 경선 통과를 노리는 이들의 전략 싸움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오는 6월 3일을 대선일로 가정하면 각 정당의 후보 등록은 5월 9일, 선거 운동은 5월 15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지금은 헌재의 시간이다. 모든 정치인들이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선고 직후에는 달궈진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후보들이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 물리적 시간상으로 기존 메시지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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