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엔지니어 보너스'....2000만명 기술자가 중국 경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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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5-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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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졸자 1200만…대학원 '공학' 전공 가장 인기

  • 젊고 저렴한 엔지니어…딥시크 탄생 토양

  • 전 세계 AI 연구자 절반이 '중국'서 배출

  • 고국으로 돌아오는 中과학자 '후학 양성'

중국 대학원생 주요 전공 순위 자료블룸버그
중국 대학원생 주요 전공 순위 [자료=블룸버그]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집중하면서 기술인재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이른바 '엔지니어 보너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구 증가로 자연스럽게 경제가 커지는 '인구 보너스’ 효과가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로 사라지는 가운데서다.

오늘날 중국에선 고졸자의 약 40%가 대학에 진학하며, 매년 1200만명 넘는 대졸자가 중국에서 배출된다. 중국 주요 명문대에서는 석·박사생 수가 학부생 수를 넘어설 정도다. 특히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공이 공학이라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젊고 저렴한 中엔지니어···딥시크 탄생 토양
 
미중 인공지능 논문건수 비교 자료코스텍
미중 인공지능 논문건수 비교 [자료=코스텍]

주룽지 전 중국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 전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회장은 지난달 열린 중국 고위급 발전 포럼 연설에서 “지난 20년간 중국의 경제 성장을 통해 인적 자원의 질적 측면에서 체계적인 향상을 보여줬다”며 “실제 현재 중국 과학자·엔지니어는 모두 200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요7개국(G7)의 과학자·엔지니어를 모두 합친 숫자에 필적한다고 그는 전했다.  

중국 국무원 통계에 따르면 중국내 과학자·엔지니어 수는 2000년 521만명에서 2020년 1765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1.2배, 미국의 2.6배, 영국의 5.1배, 독일의 5.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 엔지니어가 전체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0.71%에서 2020년 2.23%로 세 배 넘게 늘었다.

게다가 중국의 엔지니어는 젊고 저렴하기까지 하다. 중국 카이위안증권에 따르면 중국 30세 미만 청년 엔지니어는 중국 전체 엔지니어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청년 엔지니어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중국의 엔지니어에 대한 보상 수준도 미국의 약 8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인재 풀은 중국의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인공지능(AI), 생명공학, 휴머노이드 등 하이테크 방면에서 더 많은 첨단 기업을 배출하면서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을 겨룰 수 있는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올 들어 전 세계를 깜짝 놀래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탄생은 중국 ‘엔지니어 보너스’의 상징적인 사례다.

미국 폴슨 연구소 산하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상위 20% AI 연구자의 47%가 중국에서 학부 과정을 마쳤다. 이는 미국(18%)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집계한 혁신지표에서 중국은 싱가포르·미국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미국 반도체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얼마 전 엔비디아 연례개발자회의 GTC 인터뷰에서 “전 세계 AI 연구자의 50%가 중국 출신으로, 중국이 가장 많다”며 “중국이 AI 연구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모든 AI 연구실마다 훌륭한 중국 연구원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고급 AI 인재 풀은 실제 통계 지표로도 나타난다.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코스텍)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정상급 학술지 논문 수는 2018년 817편에서 2022년 5505편으로 늘어나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 논문 저자 수도 328명에서 1674명으로 5배 증가했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中과학자 '후학 양성' 

AI 인재 육성에 매진하는 중국 대학의 이공계 교육도 덩달아 주목 받고 있다. 중국 최고의 이공계 학교인 칭화대가 대표적이다. 칭화대에는 재학생 중에서도 '천재'들만 선발해 운영하는 별도의 특별반, '야오반(姚班)'이 개설돼 있다. 컴퓨터공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 야오치즈(姚期智) 교수의 성(姓)을 따서 2015년 개설된 컴퓨터공학실험반이다. 야오반은 2019년 인공지능, 2021년 양자통신반을 개설하며 중국 첨단 과학분야의 고급 인재를 키우는 산실이 됐다.

야오반에서 약 20년에 걸쳐 배출한 660여명의 본과 졸업생은 현재 화웨이·바이두·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 등에서 일하고 있다. 중국 안면인식 기술업체 매그비 창업주 인치,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아이 창업주 러우톈청이 대표적인 야오반 출신 엔지니어다.

칭화대뿐만 아니라 베이징대(투링반), 상하이교통대(ACM반), 우한대(레이쥔반), 선전대(텅반). 저장대(주커전반) 등이 모두 과학기술분야의 핵심 인재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외치는 중국은 지난해부터 공산당중앙, 국무원 명의로 우수한 엔지니어를 표창하는 '국가 엔지니어상'도 만들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표창할 정도로 중국은 기술 인력을 우대한다.

미국에 머물던 중국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속속 귀국해 후학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미국에서 중국으로 귀국한 중국계 과학자 수는 2010년 900명으로 전체 중국계 과학자의 48%였는데, 이 숫자는 2021년 2621명(67%)으로 늘어났다.

김준연 한중과학기술센터장은 “미국은 자체 양성한 인력뿐만 아니라 블랙홀처럼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며 AI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최근엔 중국도 해외로의 인재 유출이 줄면서 과학기술 자립자강에 힘을 실고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각 기업들도 ‘산학연 연계 모델’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체 지리자동차는 공장을 세우는 곳엔 어디든 학교를 세운다는 이른바 '좌장우교(左廠右校)'라는 산학연 협력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직업교육에만 100억 위안(약 2조원) 이상을 투자해 7개 대학을 설립하고 20만명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중 4만명이 지리자동차 핵심 기술 인력으로 포진해 있다.

비야디 왕촨푸 회장도  평소 입버릇처럼 “비야디의 경쟁력은 10만명의 엔지니어”라고 말할 정도로 엔지니어를 우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전 비야디 본사에 가면 비야디의 기술 개발에 공헌한 연구개발(R&D) 기술 엔지니어 사진이 가득 채워진 ‘장인의 벽(工匠墻)’은 비야디의 엔지니어 정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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