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상호관세’로 세계 각국이 급히 대응 마련에 나선 가운데 24%라는 상호관세를 적용받게 된 일본에서도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통해 직접 교섭할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요미우리TV에 출연해 “어떻게 하면 미국의 고용을 만들고 일본의 이익이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수일 내에 협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할 수 없다”면서 직접 담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6일,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이 실현되면 미국 경제에 대한 일본의 공헌에 대해 설명하고, (관세 조치) 재고를 촉구할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직접 대면하는 회담이 아닌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울림이 있는 어필을 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공들여 준비를 추진 중”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보복 관세’와 같은 대응 조치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신중한 입장이다. 이시바 총리와 가까운 한 각료는 “미국을 국제사회에서 너무 고립시키거나 (세계 각국이)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는데 일본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시바 총리도 앞선 오사카 방문에서 “‘일본만 예외로 해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없다”면서 세계 경제를 위한 대국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산 수입 확대, 미국 투자 확대 등 ‘선물 보따리’를 펼쳐 보이며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시바 총리는 그동안 일본을 예외로 배제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하는 전략으로 임해왔다.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을 비롯해 정부 고위 간부가 줄줄이 미국을 방문해 관세 정책에서 제외해 줄 것을 끈질기게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24%의 상호관세가 부과됐다. 상호관세 발표 직후 일본 정부는 3일 관계 각료회의를 연 데 이어 4일에는 이시바 총리가 취임 후 첫 여·야당 대표회의를 개최해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이밖에도 아사히신문은 “큰 규모 추가 예산이 필요하면 이달 안에 추경안 편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기업들도 관세가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수입차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언했는데, 추가 관세는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에도 확대 적용돼 5월 3일 이전에 발효된다.
이 와중에 일본 후쿠오카 공장에서 대미 수출용 차량을 생산해 온 닛산자동차는 이르면 올여름부터 생산을 줄이는 대신 이를 미국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입차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발효 후 일본에서 생산 이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닛산이 처음이다.
닛산은 지난해 미국에서 약 92만 대의 차를 판매했는데, 그중 16%에 해당하는 15만 대가 일본에서 수출한 차량이다. 닛산이 미국 내 증산을 추진하는 차량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로그’로, 후쿠오카 공장에서는 로그를 연간 12만대가량 생산해 왔다.
일본 자동차 업체 중 대미 차량 수출이 가장 많은 도요타자동차의 경우에는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도요타 북미 법인은 현지의 부품 제조 기업에 대해 관세에 따른 비용 인상분을 부담하기로 결정하고, 미국 내 판매 가격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닛케이는 “다른 자동차 업체에서도 일본에서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자동차는 일본의 기간 산업인만큼 자동차 제품 출하액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한다. 생산 이전은 GDP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본 산업의 공동화 대책 수립이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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