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홍역 감염 확산 사태가 악화하며 또다시 아동 사망자가 나왔다. ‘백신 회의론’을 고수하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돌연 백신 접종 필요성을 인정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텍사스 서부에서 홍역이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입원 치료를 받던 홍역 감염 아동이 지난 3일 숨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아동이 홍역 폐부전으로 사망했으며 8세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홍역 관련 사망자는 총 3명으로 늘었다.
텍사스 러벅에 위치한 대학병원인 UMC헬스시스템의 한 관계자는 이 아동이 홍역 합병증으로 치료 중이었으며 홍역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하순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내 홍역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번에 숨진 아동 역시 같은 지역 주민이다.
사망자 중에는 또 다른 텍사스의 초등학생과 뉴멕시코의 성인도 포함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미국 22개 주에서 총 607건의 홍역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이 중 93%인 567건이 주요 지역의 집단 발병 사태와 관련된 것으로 분류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홍역 감염 사례 285건 중 198건(69%)이 집단 발병 사례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다.
CDC 관계자들은 로이터에 미국에서 홍역이 발생한 사례의 97%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백신 접종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케네디 장관은 이날 텍사스를 방문해 홍역으로 숨진 아동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동안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켰던 케네디 장관은 X(옛 트위터)에 “홍역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3월 초부터 자신이 CDC 팀을 배치해 텍사스 여러 지역에서 홍역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MMR 백신과 기타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케네디가의 일원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이달 초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의 홍역 유행은 영양실조의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구 간유처럼 비타민A가 풍부한 식이 보조제 등을 활용한 대체 치료법 임상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케네디 장관의 이런 발언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역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 서부 어린이병원의 의사들은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어린이 홍역 환자들을 검사한 결과, 다수의 어린이가 비타민A 독성으로 인해 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병원의 최고의료책임자인 라라 존슨 박사는 환자들이 홍역 바이러스를 치료하고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비타민A를 사용했음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전 백신 책임자였던 피터 마크스 박사는 AP 인터뷰에서 “이것은 불필요한 죽음의 전형”이라며 “이 아이들은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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