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가로수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은 평일·휴일 가릴 것 없이 학교가 끝난 뒤 운동장처럼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촌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58)는 대출 세 개를 안고 하루하루를 버틴다. 외부에선 '맛집' 소문이 자자하지만, 실제로는 대출 원리금 상환에 쫓기며 생활을 이어간다. "주택담보대출은 말할 것도 없고, 신용보증재단에서 받은 5000만원, 지역구 정책자금으로 받은 1억원까지. 다 합치면 연간 매출이랑 엇비슷해요."
그가 말하는 가장 큰 부담은 월세, 그리고 경제 불확실성이다. 4년간 장사하던 자리를 떠나게 된 것도 임대인의 무리한 임대료 요구 때문이었다. 새 가게로 옮긴 뒤 리모델링과 초기 비용으로 대출을 늘렸고, 초기만 해도 매출이 괜찮았다는 게 이씨의 설명. 하지만 계엄령 이후 연말부터 매출이 20%가량 줄었다.
겉으로 보이는 어려움을 넘어,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23년 연소득을 0원으로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105만명,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소득(1200만원 미만)으로 신고한 이들은 816만명에 달했다. 전체 개인사업자 75%가 실제 생계 유지조차 벅찬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식당을 10년 넘게 운영해온 김모씨(55)는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았다"며 "고3 아들이 대학 가면 학자금 대출을 받아, 그 돈을 생활비로 써야 할 판"이라며 토로했다.
내수 침체와 빚은 결국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가락시장 내 수많은 횟집들도 문을 닫았다. 최영현 가락시장 수산중도매인연합회장은 "영업 자금으로 비용을 메우며 현상 유지만 하는 사람이 비일비재하고, 그러다 수금이 막히면 부도로 이어지는 수산업자가 많다"며 "내부적으로 집계했을 때, 가락시장 내 수산업 종사자 중 파산하는 비중은 코로나19 때보다 약 30%포인트 늘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여전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이들은 꼬집는다. 이씨는 "폐업 직전까지 가야 대출을 겨우 준다"며 "열심히 장사하고 경제에 이득을 줄 이들에게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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