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칼럼] 온라인 유통 시대 대형마트의 위기 … 규제 철폐로 전환점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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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입력 2025-04-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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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몇 년전 이마트 시화점이 폐점했을 때, 지역사회의 충격은 단순히 한 점포의 철수가 아니었다. 시흥시는 매출 회복을 위해 일요일 의무휴업 완화를 제안했지만, 기업은 이를 거절하고 문을 닫았다. 결국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입점 소상공인들은 생계를 위협받았으며, 상권은 빠르게 침체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점포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됐고, 또 다른 '시화점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사건의 공통된 배경은 더 이상 오프라인 유통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 이면에는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유통의 약진, 대형마트의 위기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생활 쇼핑의 중심이던 대형마트는 이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네이버 쇼핑, SSG닷컴 등 온라인 플랫폼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가지 않아도 클릭 몇 번이면 당일 배송으로 생필품을 받아본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는 더욱 고착화됐고, 대형마트는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 시화점과 홈플러스의 부진은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산업 전체가 겪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 변화의 충격이 고스란히 지역사회, 특히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폐점의 피해, 지역 전체로 번지다
대형마트의 폐점은 다음과 같은 연쇄적 피해를 야기한다.
직원 : 다수의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가 실직하거나 강제 전환 배치된다.
입점 상인 : 생계 기반이 붕괴되며, 철거 및 이주 비용까지 떠안는다.
지역상권 :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주변 상가도 공동화 현상을 겪는다.
소비자 : 특히 고령층과 차량 미보유 계층의 소비 접근성이 악화된다.
이러한 파장은 단기적 손실이 아닌, 지역 생태계의 구조적 침체로 이어진다.
이마트 시화점의 사례가 그렇고, 홈플러스 역시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규제 완화 없이는 대형마트의 회생도 없다
이처럼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는 반면,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여전히 과거의 규제 속에 갇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요일 의무휴업제와 심야 영업 제한 규제다.
해당 제도는 대형마트의 독점을 막고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대형마트만 역차별을 받고, 온라인 유통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제가 오프라인 마트를 고사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 시화점도 일요일 휴무 해제를 조건으로 매출 회복을 꾀해보려 했으나, 규제의 틀을 넘을 수 없었다. 홈플러스도 회생을 위해 점포 효율화를 꾀하고 있지만, 영업시간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현실은 기업에 숨통을 틔워주지 못하고 있다.
 
규제의 틀’이 아닌 ‘경쟁의 룰’로 전환해야
이제는 오프라인 유통에만 가해지는 불균형한 규제를 재고할 때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휴업제는 기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역경제에 피해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생존은 곧 지역 일자리의 보존이자, 지역상권의 생명선이다.
온라인 유통과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규제 중심에서 경쟁 중심으로 유통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마트 시화점과 홈플러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금의 규제가 진정 지역과 시민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한다.
“이제는 일요일 영업 규제를 철폐하고, 공정한 유통환경을 만들 때”라고.
 
정연승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전 한국유통학회 회장 △전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전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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