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강남권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풀었던 지난 2월 서울에서 생애 첫 주택 매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토허구역 재지정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며 내 집 마련의 불안감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에서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매수자는 408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치로 올해 1월(2812명)보다 45% 증가했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생애 첫 주택 매수자도 급증한 모습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기간 동안 가격 급등세를 보인 송파구는 지난 2월 306명이 생애 첫 주택 매입에 나섰다. 전달(171명) 대비 79% 증가한 수치다. 강남구도 전월 대비 37% 증가한 174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사상 처음 30억원 선을 돌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0억5870만원으로 집계됐다. 월 기준 서초구 매매 실거래 평균 가격이 3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송파구도 2월 평균 매매가격이 18억819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전 타입 매매 실거래 가격이 3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강남 3구 인접 지역들은 생애 첫 주택 매수세가 더 가팔랐다. 지난 2월 마포구에서 생애 첫 주택 매수를 진행한 사람은 237명으로 전달 126명보다 88% 증가했다. 성동구는 172명으로 전달(100명) 대비 72% 늘었다.
첫 주택 매입은 30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월 서울에서 생애 첫 주택을 매입한 30대는 총 1970명으로 전체의 48%에 달했으며, 전달(1346명)과 비교해도 4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기조에서 토지거래허가제 영향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내 집 마련의 불안감이 수도권 지역 전반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 속 토허제 해제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수도권 전반에 퍼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와 무관한 수도권에서도 2월 생애 첫 주택 매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생애 첫 매수는 1761명에서 2470명으로 40% 증가했으며, 경기도도 9431명에서 9850명으로 4% 늘었다. 고가 아파트가 몰린 서울 대신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한 수요로 풀이된다.
다만 서울시가 35일 만에 토지거래허가 구역을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구 단위로 확대 지정한 이후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제 변수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은 만큼 섣부른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건설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탄핵 인용 이후 부동산 시장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시장 전반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투자 수요가 몰린 지역은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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