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 회복이 더뎌지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서민들이 보험 해지로 현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 총 해약금(59조555억원) 중 해약 환급금은 57조380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49조9493억원)보다 14.8% 증가한 수준이다.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효력을 상실한 사유로 고객에게 돌아간 환급금도 1조6753억원으로 전년(1조4825억원)보다 13% 늘었다. 생명보험 해약금 총액은 지난 2021년 27조7860억원보다 2배 이상 불어났고, 2022년(45조6783억원)보다도 29% 증가했다.
생보업계는 이같은 해약 환급금 증가 추세가 장기화된 경기 침체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서민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후의 보루로 보험을 해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보험은 중도 해지를 할 경우 낸 돈보다 더 적은 금액을 돌려 받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럼에도 보험 상품을 해약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이 어렵다는 의미다. 보험효력 상실 환급금이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대목은 이를 방증한다.
실제 지난 2023년부터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던 한국 경제는 지난해 말 계엄령 선언 여파로 더 얼어붙었다. 이에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 전망치는 당초 1.9%에서 1.5%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미국 관세 여파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대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경제 지표 하락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 시장도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불황형 대출인 보험계약대출 잔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험계약대출은 71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당시인 2022년(68조원)보다도 3조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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