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재계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가 9일(현지시간) 예정인 상호관세 발효를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법원에 제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 매체 포춘지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백만곳의 미국 기업들을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는 일부 대기업 회원사들로부터 상호관세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라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상공회의소 측의 법적 주장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동원한 것이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포춘지는 전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안보·경제 등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국과의 무역, 자산 동결, 제재 등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IEEPA를 발동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에 IEEPA를 근거로 제시했다. 백악관은 상호관세 발표 성명에서 "우리의 무역 관계에서 상호주의의 부재와 다른 국가들이 지속하는 환율 조작 및 과도한 부가가치세(VAT)와 같은 유해한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크고 지속적인 무역 적자가 초래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IEEPA 발동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소식통 중 한 명에 따르면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다른 재계 단체들도 관세 소송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주 새로운 시민 자유 연합(New Civil Liberties Alliance, NCLA)이라는 비영리 법률 단체가 중국에서 상품을 수입하는 소기업들을 대표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가 위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과 3월에 중국에 각각 10%씩 총 2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지난 주에는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며 IEEPA를 동원했지만, NCLA는 여태까지 IEEPA를 관세 부과 목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며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기업, 특히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을 살까 두려워 공개적으로 이를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포춘지는 전했다. 하지만 미국상공회의소와 같이 여러 곳이 함께 힘을 합쳐 단체로 행동하면 한층 쉽게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무역 전문가 션 웨스트는 "당신이 직접 나서기 두렵다면, 산업 단체들로 하여금 그들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강요해야 한다"며 "산업 단체들은 더 이상 정책 결정을 늦추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수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트럼프 1기 당시였던 지난 2020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한 가운데 5일부터 10%의 기본 상호관세를 발효한데 이어 오는 9일부터는 주요 교역 대상국을 상대로 국가별로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발효할 예정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에 2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고,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에도 25%의 품목별 관세가 발효된 가운데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 급등과 함께 경기침체까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상태이다.
이에 미국 소비자들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대다수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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