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반대, 퇴직 후 재고용해야"…한은, 올해 첫 구조개혁 아젠다 띄웠다

  •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 발표

  • 임금체계·고용경직성 개편없이 정년연장은 부작용

  • 고령 근로자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 1명 감소

  • 청년층 선호도 높은 대기업 일자리서 두드러져

  • 일본처럼 '퇴직 후 재고용' 점진적 도입해야

아주경제 그래픽팀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한국은행이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직 후 재고용은 기업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와 기존 근로 관계를 종료한 후 새로운 근로계약(임금 체계 개편)을 체결해 다시 고용하는 제도다. 제대로 제도가 안착되면 10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최대 1.4%포인트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과 김대일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이슈노트에 따르면 퇴직 후 재고용이 기존 소득공백 기간(60~64세) 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보다 월 소득이 179만원 증가하고, 65세 이후 연금 수령액도 월 14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보고서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올해 첫 구조개혁 아젠다로 6월 치러지는 대선 정국에서 이슈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 임금체계 조정 없이 시행된 정년연장은 고령층 고용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그 혜택이 유노조·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됐다. 특히 청년고용 위축, 조기퇴직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약 1명(0.4~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기업과 같이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도 점차 감소했다. 기업이 법적 정년연장으로 인한 추가적 부담을 조기퇴직 유도 등 인사·노무 정책으로 상쇄하려 했음을 시사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이런 결과들은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경직성을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하는 정책 변화는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은은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계속근로제도를 우리나라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일본의 경우 '60세 정년 → 65세 고용확보 → 70세 취업기회 확보'로 이어지는 계속근로 로드맵을 1998년부터 2025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도입했다. 65세 고용확보는 법정 의무화까지 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했으며 적용 대상 연령도 3년마다 1세씩 늘리는 방식으로 연착륙을 유도했다.

이와 함께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 조정도 병행되면서 제도 정착을 뒷받침했다. 그 결과 일본의 계속고용제도에선 평균적으로 임금이 40% 가량 줄어들었으며 개편 과정에서 직무 조정이 이뤄지는 사례도 많았다. 대신 정부에서 임금이 25% 이상 감소한 고령자의 경우 고용보험을 통해 월급의 최대 15%를 최장 5년간 지급하는 보완책을 마련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일본의 사례로 비춰봤을 때 한은은 향후 고령층 계속근로를 위한 정책 방향은 법정 정년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고령층 계속근로를 장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다만 재고용을 단기간 내 법적으로 의무화할 경우 임금체계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어려워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초기에는 정부의 지원을 늘려 자율적으로 재고용 제도의 확산을 유도한 이후 점진적으로 기업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제언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희망자 전원을 계속고용하는 기업에게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오 팀장은 "현행 장려금 제도는 희망자를 일률적으로 100% 재고용을 해야지만 분기당 90만원을 지원한다"며 "지원 기준을 완화해 상당 부문 재고용 시에도 지원을 해준다면 현재 38% 수준인 퇴직 후 재고용 사업체가 더 늘어나면서 의무화 단계로 넘어가기 수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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