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탄핵, 공매도 재개, 트럼프발 관세 발표 등 올 한 해 ‘슈퍼 이벤트’가 대거 쏟아져 나오며 한국 증시가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변동성 완화장치(VI·Volatility Interruption) 발동 건수가 최근 5년 같은 기간 중 가장 많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을 더한 한국 주식시장에서 VI가 발동된 횟수는 총 1만6387회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3453회)은 물론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전체 상장 종목(2660개) 중 2016개 종목(75.8%)에서 VI가 한 차례 이상 발동됐다. 전 거래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관련 발언이 전해지면서 총 343개 종목에서 VI가 발동했다. 전체 종목 중 12.9%에 해당하는 수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지난 4일(308개 종목)에도 많은 종목에서 VI가 발동됐다.
VI는 개별 종목 주가가 갑작스럽게 변동할 때 잠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다. VI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은 주가가 급등락했다는 의미다. VI가 발동된 종목은 2분간 단일가 매매가 적용되며, 같은 종목이라도 반복적으로 VI가 발동될 수 있다. 동적 VI(직전 거래가를 대폭 뛰어넘어 급등했을 때)와 정적 VI(전 거래일 대비 10% 이상 변동)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한국 증시가 슈퍼 이벤트를 대거 겪으며 요동친 상황 속에 부각된 불확실성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내용은 예상을 벗어난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판단”이라며 “기존 경제 전망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발 무역전쟁에 대한 불안에 시장 참여자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며 “많은 증권사에서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금융권은 탄핵 선고‧관세 발언 이후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중국이 즉각적인 보복 조치에 나서 무역 갈등 확산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은 매주 원장 주재로 상호관세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총 5개 반을 새롭게 구성해 관련 실무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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