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개 숙인 한화에어로 "유증 3.6조→2.3조…승계와 유증은 관련 없어"

  • 일반 주주 대상 유증 규모 축소하면서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 대상 제3자배정 유증키로

  • 한화에너지 등에서 1.3조원 조달 예정…"최근 유증·지분 매입, 승계와는 일절 상관없어"

사진윤선훈 기자
[사진=윤선훈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전격적으로 축소했다. 해외 생산 확대 등 유상증자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가시지 않자 규모를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선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미래비전 설명회에서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안병철 사장은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도 주주들께 충분한 설명을 드리지 못한 것은 굉장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는 정도경영, 투명경영에 더해 주주가치 제고를 최고로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지금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축소 계획을 전격적으로 확정했다. 기존 3조6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적은 2조300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에 따른 발행주식 수를 595만500주에서 426만7200주로 축소했고, 예정 발행가는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조정했다. 최근 급격한 주가 하락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신 나머지 1조3000억원에 대해서는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만일 이 방식이 확정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유상증자에 발행가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한화에너지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50%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의 지분을 들고 있다.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 같은 결정은 앞서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가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이면서 1조3000억원을 부담했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을 늘리는 이유에 승계가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결과적으로 한화에너지 등으로 흘러간 1조3000억원이 제3자배정 유증을 통해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가게 됐다. 또 지난달 3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 것을 끝으로 회사 측은 승계작업이 마무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병철 사장은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에 줬던 1조3000억원을 되돌리는 방식"이라며 "또 일반 주주들과 달리 대주주들은 15%의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고, 주주 보호를 위해 1년간 락업도 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또 유상증자가 한화의 승계 문제로 번지자 김승연 회장이 직접 최근 지분 증여와 유상증자 축소 등의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순전히 사업적 결정이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적어도 한화오션의 지분 30%는 들고 있어야 해외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한화그룹의 한화오션 인수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세우고 있는 '육해공 패키지'가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화오션과의 결합이 더욱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매입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은 23%에서 30%로 늘었다.

실제 안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호주 정부의 신형호위함 11척 수주에 실패한 이유로 호주 쪽에서 한화오션에 대한 모기업 지원이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한화오션에 대한 더욱 든든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향후 해외수주를 더욱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2조3000억원은 △해외 방산 조인트벤처(JV) 지분투자 △해외 방산 생산능력 구축 △MCS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화 계열사들을 통해 조달할 1조3000억원의 경우 △해외 조선업체 지분 투자 △무인기 체계·엔진 개발·양산시설 구축 △항공우주 설비·운영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오는 2028년까지 유상증자에 회사채 발행, 차입 등을 더해 총 11조원을 쏟아붓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69만7000원으로 전일 대비 약 8.5% 오르며 전날 하락분을 거의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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