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867억4078만 달러(약 128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2.62% 감소한 수치다. 평가액을 뜻하는 보관금액은 미국 증시 급락에 따라 약 254억 달러(약 37조원) 증발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3.93%, 나스닥지수는 19.20% 하락했다. 특히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S&P500지수가 장 초반 급락하면서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져 약세장으로 진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상호관세 충격에 투매 현상이 나타난 탓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미국 주식을 120억3173만 달러(약 17조7167억원) 순매수했다. 고환율에도 전년 동기 순매수 규모(46억5814만 달러, 약 6조8533억원)와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10조6920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테슬라다. 올해 테슬라 주가가 42.23% 폭락한 가운데 24억658만 달러(약 3조5429억원)를 순매수했다. 레버리지 상품도 사들여 베팅에 나섰다. 테슬라 주가 흐름을 2배로 추종하는 'TSLL' 상장지수펀드(ETF)로, 1억1875만 달러(약 2조5303억원) 순매수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 ETF도 9억5830만 달러(약 1조4104억원)를 순매수했다.
개별 종목의 평가액은 급감했다. 지난 4일 기준 보관 규모 1위인 테슬라 보관액은 158억9051만 달러(약 23조3940억원)로 지난해 말보다 35.21% 줄었다. 불과 약 3개월 만에 13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보관 규모 2·3위인 엔비디아와 애플도 전년 말 대비 각각 28.76%, 27.47% 줄었다.
전문가는 추가적인 주가 급락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세 정책 변화나 경제지표 등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만한 재료는 없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높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관세 정책을 보며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일단 관세 위험을 가격에 반영해 놓고 있지만 감세가 속도를 내면 큰 충격을 피하기 위해 관세 정책에서 출구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도 형성되고 있다"며 "관세 정책이 일부만 후퇴해도 시장이 급반등할 정도로 과매도된 상황으로, 강하게 반등할 가능성은 낮아도 관세가 현재 수준에서 더해지지 않는다면 추가 급락 확률은 낮아져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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