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국 혼란에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등 악재가 겹치며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특히 4대 금융의 시총은 반년 만에 20조원 가까이 빠지며 금융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76조8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 78조6457억원에서 1조8122억원 줄었다. 전 거래일(지난 4일) 대비 7일 낙폭을 포함하면 거래 이틀 만에 총 6조4713억원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4대 금융 시총은 밸류업 발표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우리·신한금융을 시작으로 10월 KB·하나금융이 순차적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에 지난해 상반기 70조~80조원 수준을 오가던 4대 금융 시총은 10월 98조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고점 대비 현재 시총은 반년 만에 19조8000억원가량 빠졌고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70조원대까지 밀려나게 됐다.
시총이 큰 폭 하락한 건 9일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영향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49%에 달하는 관세를 대부분의 무역 상대국에 부과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한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거 빼갔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금융지주 특성상 낙폭이 더 컸다. 상호관세 발표 직전인 지난 2일 기준 닷새 만인 7일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팔아치운 4대 금융 주식 수만 185만주를 넘는다. 이에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기간 45.68~74.97%에서 45.58~74.93%로 소폭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과 그에 따른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변동성이 증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4대 금융의 자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계획이 사실상 무색해졌다고 보는 이유다.
올해 들어 4대 금융 시총은 계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첫 거래일 기준 84조5293억원이었던 올해 1월 합계 시총은 2월 88조8213억원으로 소폭 늘어난 뒤 3월 83조191억원, 이달 4일 83조3048억원으로 점차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본연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상호관세 같은 대외 요인 때문"이라며 "밸류업 효과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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