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증시가 쑥대밭이 된 가운데 중국 국부펀드들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산하 중앙후이진투자공사(이하 후이진)은 8일 홈페이지에 올린 기자와의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후이진은 비정상적인 시장 변동을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충분한 자신감과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자본시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양한 ETF(상장지수펀드)를 매입하고, 매입 강도를 높여 균형 잡힌 매입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이진은 전날 미중 관세전쟁 격화 우려에 중국 증시가 휘청이자 오후에 ETF 보유량을 계속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후이진을 활용한 국가대표펀드를 조성해 증시에 개입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 본토 증시가 폭락했을 때 후이진은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대형 은행주를 매수해 주가 부양에 나섰고 2015년과 2023년, 2024년에도 시장 혼란기에 ETF를 매수한 바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후이진의 증시 안정화 조치에 대해 “굳게 지지한다”며 “필요할 경우 후이진에 충분한 재대출 지원을 제공해 자본시장의 원활한 운영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후이진 외에 다른 국유기업들도 주식시장 자금 투입에 나서고 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청퉁그룹도 ETF와 국유기업 주식 보유량을 확대한다고 밝혔고, 중국궈신 역시 800억위안(약 16조원)을 들여 국유기업과 과학·기술 혁신주, ETF 보유량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전자과학기술그룹은 산하 상장사 주식을 20억위안(약 4000억원)어치 넘게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명절 연휴(4~6일) 이후 전날 첫 개장한 중화권 증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35%의 고율 관세를 주고받기로 한 데 따른 미중 관세전쟁 격화 우려로 급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7.34% 하락했고, 선전성분지수는 9.66% 밀렸다. 홍콩 항셍지수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13.22% 폭락을 기록했다.
대만은 5000억대만달러(약 22조원) 규모 국가금융안정기금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으로부터 32%의 상호관세를 통보받은 대만은 주력 수출 산업 타격 전망 속에 전날 자취안지수가 9.7% 하락했다. 이는 사상 최대 낙폭이다.
대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한국의 총리 격)은 지난 5일 중앙은행장과 재무부장(재무장관) 등이 참여하는 고위급 회의를 소집해 미국발 관세 충격 관련 조치를 보고받으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 매체들은 이르면 9일 안정기금 운용을 위한 임시 회의가 소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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