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상호 관세가 망가진 국제 무역 시스템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바로 고문은 6일(현지시간) 게재된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미국의 경제적 번영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적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나바로 고문은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냈으며 이번 2기에서도 상호관세 정책을 설계한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위기의 핵심은 연간 1조 달러(약 14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상품 무역 적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성적인 무역 불균형이 환율을 통한 가격 조정을 통해 해소되지 않았다”며 자유무역 경제 모델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무역의 중심 요인은 세계무역기구(WTO) 최혜국대우(MFN)라고 지목했다. 최혜국대우는 한 나라가 어느 외국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원칙이다.
나바로 고문은 현재 미국의 평균 최혜국대우 관세는 3.3%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7.5%에 달하고 태국과 베트남은 10%에 근접하며 인도는 17%에 이른다고 했다.
또 “더 심각한 문제는 비관세 무기 공세”라며 환율 조작, 부가가치세 왜곡, 덤핑, 수출 보조금, 국유 기업, 지식재산권 도용, 차별적인 제품 표준, 쿼터, 불투명한 라이선스 제도, 부담스러운 통관 절차, 데이터 현지화 의무, 그리고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과징금 등을 지적했다.
나바로 고문은 “WTO의 분쟁 해결 시스템은 고장 났으며 그 결과는 재앙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WTO는 명예 시스템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이 WTO에 제소해 상당수 사례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히 관세 및 무역 조치 등으로 제약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호르몬제를 투입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수입 금지 조치가 1998년 불법 판결을 받았지만, EU는 여전히 이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상호 관세 원칙은 WTO가 실패한 일을 정확히 수행한다”며 “그것은 외국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조작된 시스템으로 초래된 무역적자에 의해 촉발된 국가적 비상사태”라며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경청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수십년간 속임수를 쓰다가 이제야 관세를 낮춘다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공정성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요금을 똑같이 청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바로 고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관세에 대한 다른 입장을 보이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근 머스크 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영상을 올렸다.
이에 대해 나바로 고문은 CNBC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해외 부품에 의존하는 자동차 조립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머스크의 관세에 대한 발언은 그가 자동차업계 종사자라는 점에 맞춰 놀랍지 않다”며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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