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AI 논의 활발한데 성과는 미미...업계 "그래도 좋아"

  • 2~3월 거의 하루 한 건 꼴 AI 세미나 개최

  • 같은 주제 반복으로 피로감 있지만...AI 업계 "그래도 관심 가져줘 고맙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지난 1년간 국회에서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총 95건에 달했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진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는 활발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아주경제가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 건수와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2024년 4월 4일부터 2025년 4월 4일까지 국회에서 열린 전체 세미나는 총 2213건으로 집계됐다.

AI와 관련된 세미나를 주최한 의원실은 총 83곳이며, 이들이 개최한 세미나는 모두 189건에 이른다. 제목 자체에 'AI'가 들어간 세미나도 95건에 달한다. 올해 집중적으로 열렸다. 1~3월까지 AI 세미나는 총 39건 열렸다. 1월에는 4건에 그쳤지만 2월 18건, 3월 17건이 개최됐다. 쉬는 날을 고려하면 거의 매일 같이 AI 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가장 활발하게 세미나를 주최한 의원은 정동영 의원과 최형두 의원으로, 각각 19건씩 열며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두 의원 모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이다. 과방위 소속이 아닌 최보윤, 최수진, 이인선 의원도 각각 6건씩 AI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워낙 자주 열리다 보니 의원실만 바꿔 같은 주제로 매일 세미나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이미지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 국가 전략 등 유사한 주제가 반복되고 있다. 참석하는 패널 역시 겹치는 경우가 많아 입법 기관의 세미나 경쟁이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논의가 입법을 위한 의견 청취 보다는 주요 이슈에 편승하기 위해 한쪽으로 편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주제로 한 간담회는 김승수, 최형두, 조정식 의원실 등에서 열렸고, 딥시크 이후엔 '중국발 딥시크 공습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테마로만 10건 가까이 개최됐다. 모두 미·중 패권 구도 속에서 한국이 AI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로 비슷한 주제와 비슷한 패널이 참석했다. 

국회가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AI 관련 세미나를 열었지만 지난 1년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AI 관련 법률은 '인공지능 기본법' 단 한 건에 그쳤다. 이 법은 AI 산업 진흥과 윤리 확보, 이용자 권익 보호 등을 포괄하는 국내 최초의 AI 전담 법률로 상징성은 크지만, 후속 입법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매일 같이 국회에 불려 다니지만 주요 AI 업계 관계자들은 "피로감은 있지만, 그래도 많은 관심을 가져 줘 고맙다"는 의견이 나온다.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의원실마다 경쟁적으로 AI 세미나를 개최하며 비슷한 주제, 비슷한 얘기를 해야 하는 자리가 반복되고 있다"며 "다소 피로감은 있지만 AI 관련 산업에 대한 입법과 규제에 업계 현실이 반영되기를 바라며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AI 세미나에 다수 참여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세미나를 통해 의원들이 AI에 관심을 갖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계엄 이후 입법 환경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입법 활동이 더디게 이뤄진 것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AI 기본법 개정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미나는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단순히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저작권, 데이터, 규제, 교육, 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과 맞물려 있어, 비슷한 주제라 해도 AI 업계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며 "AI 기본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과 혁신 중심의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선거철을 앞두고 각 정당이 AI 관련 비전을 제시할 가능성도 커, 국회의 AI 세미나는 당분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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