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환율 흐름 속에서 보험사들의 외화채권 환헤지(위험 방어) 전략 셈법이 복잡해졌다.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기조 속에서 변동성마저 높아지자 일부 보험사들은 해외채권 비중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2개 생보사가 보유한 외화표시증권은 93조원 수준으로 1년새 8조5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장기 상품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 특성상 외화채권 운용 비중은 10~20% 수준으로 타 업계 대비 높다.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은 운용자산 244조원 가운데 54.3%(132조5000억원)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외화채권은 18%(24조원) 수준이다. 교보생명은 122조원 가운데 36.5%(44조5000억원)를 채권에 투자하고 있으며, 외화채권은 10조원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외화채권 비중이 높은 생보사들의 경우 환율이 높아지면 환헤지 리스크도 급증한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탄핵 선고 이후 1430원 선까지 떨어지면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전일(7일) 1470원까지 다시 치솟았다. 보험사들은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외화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을 100%로 맞추지만,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채권을 매입·매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높으면 외환파생거래 갱신 과정에서 환헤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유동성 관리 측면에 어려움이 있다"며 "보통은 채권 만기를 분산하는 방법으로 위험을 낮추지만 최근에는 변동성이 워낙 높아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생보사들은 외화채권 보유 비율을 줄이는 추세다. 최근 미국 상호관세 전쟁으로 환율 하락 기대감마저 꺾이면서 투자 방향을 돌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부터 환헤지 후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원화 채권 수익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에 대부분 보험사들이 고환율 리스크를 안으면서 외화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기조"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보험사의 외화채권 환헤지 비용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유동성 잔고를 일 단위로 모니터링 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내 보험사들이 장기 외화표시유가증권에 상응하는 만기의 환헤지 계약을 찾기 어려운 나머지, 단기 환헤지 계약 차환이 많았던 데 대한 리스크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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