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상품이 아니네"…디폴트옵션 상품 변경 가이드라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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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행 만 3년을 앞두고 있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두고 리밸런싱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절차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폴트옵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몇 십 년에 걸친 장기투자라는 퇴직연금의 특징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판매사인 증권사 몇 곳이 올해 처음으로 디폴트옵션 리밸런싱을 위한 고용노동부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일종의 투자 포트폴리오다. 각 판매사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고용노동부 심사를 거쳐 디폴트옵션으로 지정된다. 리밸런싱 과정에서도 고용노동부의 심사를 거친다.

문제는 디폴트옵션을 구성하고 있는 상품을 편입하거나 편출하는 리밸런싱 과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절차가 없다는 사실이다. 리밸런싱을 위해 필요한 고용노동부의 검토는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리밸런싱을 원하는 판매사들이 있을 경우 비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상품 변경에 대해서도 정량적인 기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디폴트옵션 상품 변경 과정에서 적용되는 정량적인 기준은 상품의 위험 등급 정도다. 디폴트옵션은 투자 위험도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으로 나뉜다. 편입하고자 하는 상품이 전체 포트폴리오, 즉 해당 디폴트옵션의 위험등급을 바꾸지 않는지 확인한다. 

그러나 이외에 상품의 성격에 대한 규제는 따로 없는 상황이다. 디폴트옵션에 담겨있던 미국 투자 상품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신흥국 투자 상품으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리밸런싱이 결정된 경우 기존 가입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공지가 이뤄진다. 디폴트옵션의 기존 퇴직연금 가입자가 변경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디폴트옵션을 팔고 다른 디폴트옵션으로 갈아타는 수밖에 없다. 

상품 변경에 따른 외부 공시가 없는 점도 문제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할 때 해당 디폴트옵션의 수익률이 함께 공시되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디폴트옵션이 어떤 리밸런싱을 거쳤는지 알 수 없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지표가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의 부재가 디폴트옵션의 취지를 퇴색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 성과에 집중한 경쟁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디폴트옵션 상품을 단기 수익률을 기준으로 변경할 경우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증권사들은 디폴트옵션 리밸런싱 절차를 간소화해달라는 상충된 의견을 제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디폴트옵션 리밸런싱 과정에 2~3개월 가량이 소요돼 시장에 적기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며 "상품 변경 후 사후 검토에 대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2022년 7월부터 1년 동안의 유예 기간을 거친 후 2023년 7월 12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23년 말 기준 12조5520억원이었던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40조670억원으로 1년 동안 21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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