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을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 7일부터 ‘메이플자이’ 보류지 29가구에 대한 매각 입찰을 시작해 오는 18일 오후 2시 마감할 예정이다. 대상은 전용면적 59㎡ 28가구, 84㎡ 1가구 등 총 29가구다.
보류지는 조합원의 지분 누락·착오 혹은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주택을 뜻한다. 경매와 마찬가지로 최고가 응찰자에게 낙찰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통상 주택담보 대출이 어렵고 현금 여력이 필요해 매매가보다 낮게 거래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 측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주변 시세를 반영해 오히려 최저 입찰가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용 59㎡에 대해 33억 원선에서 시작하려 했으나 최저입찰가를 35억원으로 높였다. 이는 지난 2월 최고가를 경신한 입주권(전용 59㎡ 32층) 가격인 32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전용 84㎡의 경우도 최저입찰가를 45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3월 거래된 최고가 47억263만원(전용 84㎡ 24층)에 맞먹는 금액이다.
해당 매물은 서초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게 됐지만 보류지의 경우 실거주 의무 등 토허구역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채 수요가 증가하면서 규제 틈새인 보류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보류지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용면적 39㎡ 주택 보류지 3가구는 지난달 24일 평균 13억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해당 보류지 매각 당시 최저가 12억원에도 유찰됐다가 이번 입찰에서 상당폭의 가격 상승을 보였다.
답십리 17구역 재개발 단지인 'e편한세상답십리아르테포레' 84㎡ 주택 보류지 1가구는 지난 3월 11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같은 달 24일 최고가로 거래된 입주권 금액 11억4995만원을 상회한다.
보류지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면서 다른 조합들도 보류지 매각을 검토 중이다.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 재건축),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등도 보류지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앞으로 신축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보류지에 대한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1만2358가구를 기록했다. 2009년 5682가구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서울의 1분기 분양 물량은 482가구에 그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허제 구역으로 묶인 지역 안에서 보류지는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며 "서울의 다른 지역도 신축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두 개씩 나오는 보류지 물량에 대한 현금 부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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