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주변국과의 산업 및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간 관세 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 주석이 처음으로 중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84%' 상호관세를 발효하며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이 커진 가운데, 중국이 본격적인 우군 확보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8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중앙 주변공작(업무)회의'를 주재했다. '주변국 외교업무 좌담회'라고도 불리는 이 회의는 시진핑 1기 행정부가 출범하던 지난 2013년에 이어 12년 만에 열린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주변국과 운명 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관련 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주변 지역은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중요한 기반이자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중심이며, 외교 전반 운영 계획 및 인류 운명 공동체 구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의는 “최근 중국과 주변국 관계가 근대 이후 가장 좋은 시기인 동시에 주변국 구도와 세계의 변화와의 깊은 연계를 위한 중요한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며 "대화를 통해 긍정적 주변 국가 전략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회의는 “주변국 운명 공동체 구축을 위해 주변 국가들과 전략적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지역 국가들이 자신의 발전 경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갈등과 이견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발전과 융합을 심화하고 높은 수준의 상호 연결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산업 및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안정을 공동 유지하는 한편 안전과 법 집행 협력을 통해 다양한 위험과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교류를 확대하고 인적 교류를 편리하게 해야 한다고도 회의는 강조했다.
트럼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폭탄'을 퍼부으며 동맹국에서도 불만이 커진 가운데, 중국이 반미 전선을 구축해 각국과 힘을 합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예고한 대로 미국은 이날 0시 1분(미 동부 현지시간, 한국시간 9일 오후 1시 1분) 중국에 대해 84%의 상호관세 조치를 발효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물린 '10+10%' 관세까지 더하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중국산 제품에 매기는 추가 관세율은 총 104%에 달하게 됐다.
중국은 이날 미국의 관세 공격에 맞서 중국 정부가 대응 수단이 풍부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이날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발표한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여러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 백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 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상무부 관계자는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양자 경제 무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하고, 국가 이익과 다자 무역 체제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백서를 발표했다"고 부연했다.
백서는 "중·미 교역액은 지난 1979년 25억 달러 미만에서 2024년 6883억 달러로 급증했지만 최근 몇년간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대두되면서 양국 간 정상적 경제 및 무역 협력이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다"며 "2018년 중·미 경제무역 마찰 이후 미국은 5000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한 억제 및 압박 정책을 지속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서는 "관세로 위협하는 조치는 실수에 실수를 더한 것으로 이는 미국 측이 전형적인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서는 "만약 미국이 관련 제한 조치를 강화하려고 고집한다면 중국은 확고한 의지와 풍부한 수단을 갖고 있으며 반드시 단호하게 반격해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희망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백서는 "발전 단계와 경제 제도가 다른 두 대국으로서 중·미 양측의 경제·무역 협력에서 이견과 마찰이 발생하는 것은 정상적"이라며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하고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적절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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