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훈 전 새마을금고 회장, 일부 무죄…"요구·약속만으론 수재죄 성립 안 돼"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 회장 사진연합뉴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 회장. [사진=연합뉴스]

억대 금품 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68)이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1억7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박 전 회장이 제3자를 통해 변호사비를 대신 내달라고 ‘요구·약속’했더라도 직접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증거 수집 절차상 위법이 있는 황금도장 관련 혐의도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박 전 회장은 자산운용사 아이스텀 파트너스 유영석 전 대표로부터 류혁 전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통해 현금 1억원과 변호사비 50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밖에도 새마을금고 자회사 대표에게서 800만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를 받고, 상근이사들로부터 7800만원을 받아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1·2심은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고, 2심은 특히 변호사비 5000만원 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박 전 회장이 대납을 요구하거나 약속했다”는 점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법률자문료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요구하거나 약속했다 하더라도 그 금품은 제3자인 변호사에게 귀속되는 것이며, 피고인이 비용 지출을 면하거나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고 볼 수 없다”며 “요구나 약속만으로는 수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공직자나 금융기관 임직자의 수재죄(금품 등 수수)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로 평가된다. 특히 대납 형식의 간접 수수에 있어 ‘요구 또는 약속’만으로는 수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실무상 잦은 정치인·기관장 관련 수사에서 ‘약속만으로도 유죄’라는 논리의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금품이나 이익이 실제로 피고인에게 귀속됐는지가 핵심 요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기존에는 제3자를 통한 변호사비 대납이나 간접 수수가 널리 처벌됐지만, 앞으로 정무직·공공기관장 등을 둘러싼 뇌물성 논란에서 수사기관의 입증 책임이 한층 무거워졌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황금도장 수수에 대한 유죄 판단도 증거 수집 절차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 사실 또는 그것과 동일한 기본적 사실관계와 직접 관련이 없는 물건을 압수한 것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증거 수집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증거능력을 배제한 것이다. 이는 압수·수색의 범위 및 절차적 적법성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향후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금 1억원 수수, 변호사비 2200만원 대납, 상근이사들로부터 받은 7800만원에 대한 2심의 유죄 판단은 유지됐다. 서울고법은 환송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만을 토대로 다시 형량을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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