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90일 유예…中에 관세 화력 집중

  • 트럼프, '전 세계 대 중국' 구도 본격화…경제 포위망 구축

  •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속 韓, 반사이익과 역풍 사이 놓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사진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전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에 대해서는 고율 관세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 등 다른 국가들에는 관세를 일부 유예하는 전략적 조정에 나선 것이다. 다시 맞이한 양국 간의 2차 관세 전쟁에서 미국은 중국을 정조준했고 중국은 동맹을 규합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며 또다시 세계 경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미·중 간 충돌에서 반사이익과 역풍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높이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파트너국에는 향후 90일간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불과 13시간 전 발효된 상호관세 정책에서 급선회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략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와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제기된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전술적 후퇴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동일한 세율로 대응하면서, 미국 증시는 급락했고 국채 시장에서도 불안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약간 겁을 먹었다"며 "국채 시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어젯밤에 보니까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고 인정했다. 채권 등 금융시장 불안을 의미했다는 평가이다.
 
상호관세 정책 발표 이후 미국 내 우려가 고조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과의 마찰을 줄이는 동시에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베센트 장관은 워싱턴 DC 미국은행연합회(ABA) 행사에서 "우리는 동맹국들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훌륭한 군사동맹이었지만 완전한 경제동맹은 아니었다. 이후 우리는 함께 중국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도 "중국은 독자적 길을 가고 있다. 수년 동안 보복을 선택했고, 불확실성을 선택한 것"이라면서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는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그들과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9일 0시 1분(미 동부시간)을 기해 나라별 상호관세를 발효했는데 불과 반나절 만에 다시 90일간의 유예 조치를 내놓았다. 다만, 5일 이전에 부과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25%)는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관세 정책 변화는 중국을 정조준하고, 한국·일본·EU 등 동맹국들과는 관세 협상을 통해 '전 세계 대 중국'이라는 대립 구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로 베센트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난 무역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중국이 확전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용감하게 대응했다"면서 "우리는 교역 파트너들과 함께 해법을 마련할 것"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여러분은 (관세 때문에) 전 세계가 중국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려고 했지만, 실제 우리는 정반대의 효과를 봤다. 전 세계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연락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시장과 소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같은 날 연설에서 "주변국과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자국과 경제 이해가 맞는 국가들을 규합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과 동맹국을 분리해 압박하면서, 중국을 '포위'하려는 전술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고율 관세로 차단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시장으로 가지 못한 중국산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공세에 나설 경우 한국 기업들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미·중 간의 2차 관세전쟁은 2018~2020년의 1차 무역전쟁 이후 다시 본격화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도 대규모 대중 관세를 부과했고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 이르렀지만 실질적 이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흐지부지된 바 있다.
 
현재 양국은 고위급 대화 채널조차 재개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역 이슈가 외교·안보까지 연계될 수 있는 '장기 충돌'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의 디커플링(decoupling) 흐름은 세계 경제 전체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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