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저자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저자의 대표작 ‘액체 현대’ 시리즈 중 하나로, 저자는 고체처럼 고정됐던 기존의 제도, 풍속, 도덕이 해체되면서 액체처럼 출렁이는 위험에 흔들리는 ‘만성 불안 사회’를 철학적·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됨에 따라 현대인이 언제 어디에서나 액체처럼 출렁이는 위험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상황을 가리켜 ‘유동하는 공포(Liquid Fear)’라고 명명한다. 겉보기에 건실한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깨어났을 뿐인데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일도 벌어진다. 그렇게 두려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분열과 갈등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인생을 길고 긴 투쟁이다”라고 말하며 현대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즐거워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 홀로 또는 기껏해야 몇 명만 뽑혀서 다른 사람들이 계속 왁자지껄하게 즐기는 가운데 혼자만 고통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나’라는 개인에게 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두려움, 내가 표적이 되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다른 승객들은 안전띠를 단단히 매고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여행하는 중인데 나만 속도를 올리며 빠르게 달리는 차량에서 떨어지거나 배 밖으로 튕겨 나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배제에 대한 두려움……. 이런 두려움은 상상의 산물만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미디어를 통해 실제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상황이 생생하게 실감 나는 현실이 된다. (48~49쪽)

저자는 진보·보수의 진영과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금융과 실물을 포괄하는 종합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엄중한 상황을 진단하고 재도약하기 위한 발전 전략을 담았다. 세계적으로 첨단 산업 및 기후 기술 관련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주력 산업의 변화 없이 안주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극단적 저출생, 정치 및 사회적 갈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예측할 수 없는 세계 경제 질서 등 이 모든 것은 우리 앞에 닥쳐올 ‘퍼펙트 스톰’을 예고한다.
저자는 피크 코리아 극복을 위한 국가 재도약 프로젝트 ‘리빌딩 코리아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가치 중립적이고 민생과 실리에 초점을 둔 실용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혁신과 선도의 ‘생산성 주도 성장 전략’을 채택해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프로젝트 수행 시 지켜야 할 원칙으로 기본 생존권을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 구축, 진검승부를 유도하는 거시 경제 정책 수행, 실용적 리더십과 사회적 대타협 추진 등을 제시한다. 아울러 R&D 개선, 교육 및 금융 개혁 등에서부터 신산업 정책 추진, 구조개혁 성공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대학은 기초 연구의 중심 기관으로 박사급 연구원의 56%가 근무하며, 전체 과학 기술 논문의 72%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차지하는 정부 R&D 예산 비중은 24%에 불과하다(2022년 기준). 대학의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대학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과학 기술 특화 대학과 일부 종합 대학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고, 나머지 대학들은 교육 및 산학 협력 중심 대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현재 교수 개인 단위로 배정되는 예산을 연구 조직 단위로 전환해 연구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100쪽)

이 책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윤리적 고민과 사회적 맥락을 더해, 노화를 다시 정의한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지금, 기업과 산업, 그리고 개인이 함께 준비해야 할 새로운 생애 전략을 제시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방향과 속도는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저자들은 세계 각지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실제 임상 실험과 기술 개발 사례를 통해, 유전체학, 나노 기술, 크리스퍼 등 최첨단 과학의 흐름을 중심에 두고 노화 산업의 현재 위치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러면서 생물학적 수명을 넘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주목한다. 기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삶의 형태, 존엄과 자율성을 지키는 의미 있는 노년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한 진짜 과제다. ‘홀리 에이징(Holy Aging)’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노화를 창조적인 여정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조직공학은 생명과학과 공학의 융합 분야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하고 대체하는 기술이다. 세포, 생체 재료, 생리 활성 물질을 정교하게 조합하여 원하는 조직을 만들며, 그 핵심은 세포가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3차원 구조체(Scaffold)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제는 단순한 조직 재생을 넘어, 생명 자체를 디자인하는 혁신적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80쪽)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